[대한경제=임성엽 기자]시스템통합(System Integration, SI)업은 건설업과 유사하다. SI는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을 기획, 개발해 제공하는 산업이다. 지반조사를 하고 가설ㆍ흙막이ㆍ토공사에 이어 기초공사 골조, 마감까지 각 공정을 거쳐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뿐, SI산업도 완성품인 프로그램을 고객에게 전해주기까지 건설업과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건설업과 SI산업의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사람이 이용한다는 점이다. 최종 사용자에게 아파트나 도로를 제공하는 것처럼 SI산업의 목적도 기업이든, 공공이든, 금융권이든 최종 사용자가 편리하게 원하는 프로그램을 내놓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차세대 지방세입시스템 때문에 지방세무 현장이 난리다. 7일 지방소득세를 내는 위택스가 5시간 정도 멈춰 섰다. 위택스는 차세대 시스템과 연결된 온라인 납부 창구다.
5시간 먹통사태는 담당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야기했다. 1900억원이나 투자했다는 차세대 시스템이 개통되자 마자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직접 이용해야 하는 사용자들의 불만이 빗발쳤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방세입을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은 이달 7일이 아닌, 이미 시스템 개통 직후인 2월부터 고통을 호소했다.
기본적인 부과ㆍ수납 업무가 이뤄지지 않아 지방세를 납부하고 싶은 사람이 납부를 못 하는 상황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 시스템 때문에 담당 공무원부터 전국의 납세자, 세무대리인까지 민간과 관 모두 고통받고 있다.
최종 사용자에게 불편하고 고충을 호소하는 시스템을 안겼다는 점은 통행이 불편한 도로를 개통했거나, 사람이 살 수 없는 아파트를 준공해 준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공SI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당당하다. 사과는 없고, 차세대 지방세입시스템은 사용량 증가로 시스템이 지연됐을 뿐이라고 한다. ‘오류’가 아닌 서비스 지연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정부24’ 먹통 사태로 촉발된 정부전산망 마비 사태는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건축물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목적물 일부가 붕괴한 것과 같은 대형사고였다.
정부는 이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도 이번 차세대 시스템 오류 사태부터 1200여건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시스템 ‘사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주무부처가 사태무마에만 급급하고, 허울뿐인 ‘종합’ 대책만 발표했다는 증거다.
지난해부터 지속하는 정부전산망 ‘혼란’ 사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수준으로 진단해야 한다. 당시 범정부는 합동으로 원인을 샅샅이 규명해 설계, 시공, 감리, 발주자 각 문제점을 분석하고 지하주차장 붕괴의 원인을 찾아냈다. 해결방안도 마련해나가고 있다.
일련의 정부전산망 혼란 사태도 마찬가지다. 붕괴사고 후속대책 수준의 초강수 조치가 아니라 지금처럼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디지털 재앙’은 시간문제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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