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호 기자]SK그룹에 대해 부진하거나 중복된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LG그룹은 주력사업인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과 대규모 투자로 이어진 재무부담에 대한 통제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신용평가는 16일 SK와 LG 그룹에 대한 신용도(크레딧) 이슈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장수명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SK그룹의 투자성과 및 재무부담 수준,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의 진행상황 등을 소개하며 그룹 실적 동향 및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장 연구원에 따르면 SK그룹은 반도체, 정유·화학, 통신, 에너지 등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서 반도체 및 정유·화학 부문이 그룹 매출의 6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SK그룹은 작년 반도체 업황 저하와 유가 및 정제마진 정상화, 배터리 사업 투자성과 지연으로 그룹의 이익 창출력이 크게 악화됐다”며 “반도체 부문은 올해 실적을 회복하겠지만 배터리사업에서 대규모 투자와 영업창출 현금 감소로 외부차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의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 1조7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5820억원) 대비 적자폭이 84.36% 증가했다. 소재 부문은 2022년 영업이익 110억원에서 지난해 적자전환하며 4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SK 그룹의 2023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83조원으로 2022년 말 74조원에서 약 1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SK그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SK(주)는 WASON( 중국 동박 업체) SK 동남아투자법인 등 기존 투자 주식을 매각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추가 프리IPO와 페루 LNG 지분 매각과 일부 자회사 지분 유동화를 검토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사업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사업포트폴리오 효율화가 가시화되면 그룹 전반의 신용도 부정적 영향이 일부 완화될 것”이라며 “다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된 계열사, 특히 대규모 추가 자금 필요한 계열사 신용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LG그룹에 대해 발표한 박소영 수석연구원은 “높은 투자부담과 주력 사업의 업황부진 사업체질 개선과 재무부담 통제 능력을 보여줄 시점”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2차 전지 업황 부진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하락과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창출력 악화와 투자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LG디스플레이의 부진한 실적도 그룹의 부담이다.
실제 LG그룹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1년 8.4%에서 2022년 4.0%로 떨어지고서 2023년 3.3%로 2년 연속 하락했다. 문제는 실적 부진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했지만 대규모 투자 때문에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룹 합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창출 규모는 2022년 22조5000억원에서 작년 21조100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순차입금은 2020년 말 25조9000억원에서 작년 말 35조6000억원으로 약 10조원 증가했다.
박 연구원은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 탓에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2년 연속 저하됐다”며 “석유화학 실적 저하, 2차전지 수익성 개선세 둔화 등으로 화학부문 이익창출력 약화, 디스플레이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지속 등 그룹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호 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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