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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정대학 동문회가 된 공공기관, 경쟁력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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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17 08:35:59   폰트크기 변경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은 2018년부터 시작돼 지역 고용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채용이 지역 거점 국립대 등에 쏠리고 있어 제도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는 특정대 졸업생이 74%에 달해 ‘대학 동문회’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8개 공기업의 6년간 지역인재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전주 혁신도시 소재 국민연금공단은 전체 지역인재 선발 인원 280명 중 208명(74%)이 전북대 졸업생이었다. 경남혁신도시의 LH는 경상대 출신을 67%나 채용하는 등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 공공기관이 지방공기업처럼 된 것이다.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방대를 살린다는 취지의 지역 인재 채용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특정대 ‘쏠림 현상’은 제도의 근본 취지를 다시 생각케 한다. 쏠림 현상은 현행법에 ‘지역인재’ 기준을 해당 지역 대학 졸업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소재지에서 고교 졸업 후 다른 지역 대학을 나온 사람은 법적으로 지역 인재에서 제외된다. 지역 인재 채용자 중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이는 수도권 출신자가 혁신도시 소재 공기업 입사를 노리고 지역 거점대에 입학하는 이유이다.

공기업에 특정대 출신이 많아지면 사회통념상 파벌이 형성돼 인사관리 등 경영 전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역차별 논란이 상존하고 조직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더구나 올해 7월부터 비수도권 공기업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35%로 확대된다. 그동안의 권고에서 의무로 강제됐다. 제도 개선없이 비율만 늘려서는 안된다. 지역 인재 범위를 해당지역 대학 출신 외에도 출생자나 초ㆍ중ㆍ고 졸업자로 넓혀야 한다. 적용 대상 지역도 광역화해야 한다. 지방 공기업 전락은 해당지역에서도 원치 않을 것이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보다 세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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