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요. 생명 수당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소주를 몇 잔 들이킨 그는 대뜸 이렇게 얘기했다.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냥 가볍게만 들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 27일부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으로 확대 시행되는 등 건설현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지만, 대다수 건설현장에선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게 크다.
“대형 건설사의 큰 건설현장에선 스마트 장비니, AI 시스템이니 하면서 나름대로 준비가 되고 있지만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선 공사비 부족 등을 이유로 안전관리자에 책임을 맡기는 경우가 큽니다. 때문에 행여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루 종일 노심초사(勞心焦思)하다 집에 가면 피곤해 쓰러지기 일쑤입니다” 라고 그는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소통이 쉬운 것도 아니다. 건설노동자 중에서 국내 인력들은 찾기 어려운 게 오래 됐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 아시아에서 인력들이 대거 건설현장에 들어왔다.
그는 “이 사람들은 한국어는 커녕 영어도 잘못해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보여주며 교육을 하면, 그들은 오케이, 오케이하면서 받아들이는 식입니다. 소통이 실시간으로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안전사고의 가능성은 항상 남아 있어요”라고 밝혔다.
특히 이달에는 날씨가 좋아 지붕공사 등 야외 작업이 많다. 떨어짐 사고의 우려도 덩달아 커진다. 실제로 안전보건공단에 의하면 지난해 건설업 산재사고사망자 356명 중 198명(55.6%)이 떨어짐 사고를 당했다. 사고사망자 2명 중 1명 이상이 떨어짐 사고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셈이다.
아울러 이달에는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으로 인해 휴일이 많다. 휴일 전후로 작업을 하다보면 마음이 급해져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생긴다. 폭염, 장마 등으로 인해 야외 작업이 어려운 여름철을 앞두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바심도 안전사고 가능성을 키운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도 물론 크긴 큽니다. 건설현장 전반적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아주 커졌어요. 하지만 경각심만 커진다고 안전사고가 줄진 않아요. 중소규모 건설현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올 3월 정부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요율에서 15~20% 상향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 방안이 조속히 건설현장에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안전은 투자에서 나온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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