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총리. [대통령실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북한이 한ㆍ일ㆍ중 정상회의 공동선언의 ‘비핵화’ 언급에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과 공조 관계인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남한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면서 한ㆍ일, 한ㆍ중 관계에 이간을 시도하고 한ㆍ일ㆍ중 공동선언을 희석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전날 오후 6시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한ㆍ일ㆍ중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의 ‘비핵화’ 언급을 ‘난폭한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 배격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 담화가) 남한에 대한 집중적인 비난이긴 해도 중국이 참석한 회의를 공개 비방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북한이)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담화 내용의 ‘한ㆍ일ㆍ중 3자 수뇌회담’ 표기나, 국가를 특정하지 않은 채 ‘누구든지 비핵화를 설교하면 (중략) 가장 엄중한 주권침해행위로 간주될 것’이라는 문구를 이같은 분석의 근거로 들었다.
기존에 북한은 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중ㆍ일ㆍ남조선 3자 수뇌회담’으로 표기했는데 이번 담화에는 한일중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중국이 참석한 정상회의를 공개 비난한 것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ㆍ중 정상회담 등을 제외하곤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번 담화의 발표 주체는 외무성 대변인으로, 북한이 작년 7월 현정은 현대그룹의 방북 불허 방침을 발표한 이후 외무성이 대남 메시지를 내는 동향이 이어질 것으로 통일부는 내다봤다. 북한의 ‘2국가론’ 노선과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담화가 한ㆍ일ㆍ중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발표 두 시간여 만에 나온 정황에 비춰 미리 반발 담화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작년 한ㆍ미 정상회담과 캠프 데이비드 한ㆍ미ㆍ일 정상회담 때는 각각 이틀과 나흘 후 공식 매체를 통해 반응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정찰위성’ 추가 발사 시기와 관련해 “작년 1ㆍ2차 실패 때와 달리 북한의 발표문에 후속 발사 일정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원인 규명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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