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문수아 기자] 항소심 재판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심의 20배에 달하는 위자료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줘야 한다며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이혼에도 관여하는 등 유책 행위를 세세하게 지적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20일 역대 최대인 1조3808억원의 재산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분할하는 동시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위자료로 20억원을 인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관계가 2008년 11월 이전부터 시작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2008년 11월 이혼했다. 근거는 이 시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보낸 자필 편지다. 편지에는“내가 김희영에게 이혼하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기재 내용은 혼인관계의 유지ㆍ존속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고 결정적”이라며 “만약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세 자녀에게도 편지로 김 이사장과의 관계를 공개했다. 편지에는“너희는 잘못도 없는데 나 때문에 피해를 봤다. 너희 엄마도 피해를 보게끔 행동했다”고 적혀있다고 재판부가 밝혔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이 취직한 배경에 과거 횡령 사건의 공범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있다는 점도 공개했다.
재판부는 “2009년 5월 노 관장이 암 진단을 받은 것을 보면 최 회장의 행동 자체가 노 관장에게 정신적 충격을 줬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최 회장이 2015년 김 이사장과의 혼외 자녀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도 유책행위가 있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노 관장과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김 이사장과의 공개적 활동을 지속해 마치 유사 배우자 지위에 있는 태도를 보였다”며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지속하며 공식화하는 등 헌법이 보호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어“이 사건 소송 초반엔 경제적 지원을 하다가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일방적으로 정지시키고 1심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최 회장이 부양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노 관장이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면서도 김 이사장과 티앤씨를 설립하려고 상당한 돈을 출연한 것도 노 관장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 “최 회장은 최소 십수년간 이런 태도와 행위를 통해 노 관장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고 지속적으로 이어진 고의적 유책행위로 노 관장에게 발생한 손해배상은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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