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치를 높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해 증시 개선의 동력으로 삼자는 취지다.
그런데 정부와 재계는 상속세가 높아 기업들이 주가 상승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기업 가치가 증가(밸류업)하는 것보다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주주에게 더 높은 효용을 준다고 썼고, 정부의 설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상속세 문제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상속세 반대 논리 중 대표적인 것은 이중과세다.
생전에 모은 재산은 불법이 아닌 다음에는 모두 세금을 내고 남은 재산이다. 월급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 이자에도 세금이 붙는다. 그런데 사망 이후에 상속할 때 다시 세금을 걷어가는 것은 이중과세로 불합리하다는 것이 상속세 반대론자의 주요 근거였다.
그렇지만 상속세 때문에 주가를 낮다는 주장의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상속세율이 최대 60%에 달하는 우리만큼은 아니어도 프랑스(45%)와 미국(40%), 영국(40%) 등 상속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돌이켜보면 올해 우리나라 주가 부양대책 중에 유독 세제 관련 이슈가 많았다. 올해 첫 증시 부양책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였다. 최근에는 배당소득세를 분리과세하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도입 의사도 정부가 밝힌 상태다. 이들 세제 개편은 일반 주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주식 부자들 역시 크게 환영할 내용이다.
상속세 완화를 꺼낸 재계나 정부의 진짜 속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물론 과한 의심일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이런 의심을 사지 않을 방법이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기업 거버넌스 문제도 이참에 해결하면 된다.
최근 최상목 부총리가 최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런 내용으로 상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며,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사는 당연히 주주가치가 보호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의문이다. 주주가치가 최우선이 되도록 이사회가 운영되도록 상법 개정에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친다면, 1400만 주식 투자자를 위한다면서 실제로는 일부 주식 부자의 세금 민원 해결 창구로 밸류업이 동원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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