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재현 기자]“어떤 이유에서 사업이 중단됐는지를 공개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도 하나의 과제다.”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의 말이다. 지난 2000년대 제주에는 각종 외국자본이 물밀 듯 밀려왔다. 투자가 촉진되고 경제가 활기를 띌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성공한 사업도 있지만 반대인 사업도 있다. 바로 ‘제주 헬스케어타운’과 ‘제주 휴양형주거단지’가 대표적이다. 총사업비 각각 1조6000억원,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외국 자본을 투자받고 JDC가 야심차게 추진했다.
하지만 각종 행정절차와 법원의 판결 여기에 투자국의 경제상황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중단됐다.
JDC는 중단된 사업장 두 곳을 숨기기 보단, 공개하는 것을 택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삼아 사업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다.
중단된 헬스케어타운 정상화 위해 中 녹지그룹 사업장 인수
7월 초 미준공건축물 감평 결과 나오면 하반기 구체적 계획
제주 헬스케어타운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153만9339㎡(47만평) 부지에 총사업비 1조5966억원을 들여 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JDC는 지난 2006년 이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2012년 중국 녹지그룹과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 중 녹지그룹이 1조130억원, JDC가 5494억원, 공공이 342억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하며 사업이 추진됐다.
제주 헬스케어타운 내에 1단계 사업으로 준공된 휴양콘도미니엄 전경.(사진:이재현 기자) |
이후 2014년 녹지그룹이 1단계 사업이 휴양콘도미니엄(400실) 조성을 마무리하고 나서 병원과 호텔 상가 등 2단계 사업 착공에 나섰고, 2016년에는 부지조성공사와 힐링타운(225실)이 준공됐다.
문제는 2017년부터다. 당시 대법원은 유원지 개발을 사업시행자가 직접 해야한다고 판단했고, 2018년부터 중국의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게 되면서 사실상 개발이 중단됐다.
이후 중국 녹지그룹은 JDC에 ‘SOS’를 요청했고 지난해 12월 자산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JDC는 녹지그룹 사업장 일부를 인수해 자체 개발하기로 했다.
JDC는 미준공 건축물에 대해 공사중단 방치건축물 정비지원기구로 지정된 부동산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수와 관련한 자문을 받아 녹지그룹 사업장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유경흥 JDC 의료사업처장은 “녹지그룹이 보유한 용지를 JDC가 인수를 해야만 활성화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라며 “2017년 중단된 이후 올해 다시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JDC는 헬스케어타운 2단계 사업 부지 내에 있는 녹지국제병원도 정상화를 위해 나설 계획이다.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했지만 의료 공공성 훼손에 대한 반발 여론 등으로 건립이 최종 무산됐다. 현재 건설된 병원에는 MRI 등 각종 의료기기가 들어서있지만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조성된 녹지국제병원 내부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
이에 JDC는 의료관광과 지역주민의 의료서비스 등의 내용을 담은 재수립용역을 9월에 실시하는 동시에 비영리 의료법인 개설을 늦어도 12월까지 준비할 계획이다.
JDC 관계자는 “이전에는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영리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지역주민의 의료서비스를 우선하고, 암과 줄기세포, 성형 등 전문병원 형태로 추진할 것”이라며 “우선은 영업보다 외부 투자를 받아 활성화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각종 절차 무산돼 수년간 방치
주거시설용지 56%→26% 대폭 낮춰 기본계획 수립
헬스케어타운과 함께 제주에는 해외 투자로 추진했지만 중단된 사업장이 더 있다. 바로 서귀포시 예래동 일원 74만1193㎡(22만평) 부지에 2조5148억원을 투지해 추진키로 한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8년 말레이시아 버자야사와 JDC가 2008년 81%와 19%를 출자해 합작법인은 설립하며 본격 추진됐다.
서귀포시 예래동에 위치한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중 1단계 사업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
이후 2013년 3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총 147실 규모의 1단계 사업이 공정률 65%를 기록하며 순항했지만 각종 판결로 사업이 중단됐다.
2015년 대법원은 해양부지의 토지주들이 JDC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사업 허가가 잘못된 만큼 토지수용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2019에는 이 사업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처분이 무효로 결정되면서, 토지주와 JDC 사이의 토지 매매계약은 당연 무효이므로 협의 매수한 토지 역시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김재일 JDC 관광사업처 휴양단지팀 팀장은 “계획 당시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의 숙박시설은 56.2% 규모였다”며 “그러나 숙박시설을 분양하면 외국인의 1인 소유가 가능해 주택처럼 사용할 수 있어 유원지시설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와 인허가가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JDC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7월 중 주거시설용지를 26.3%로 축소하고 다른 시설을 대폭 강화해 유원지 개발방식에서 도시개발방식으로 변경하는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공정률 65%를 기록한 1단계 숙박시설에 대해서는 건축물 구조진단 결과 골조는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이를 활용할지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동시에 JDC는 토지수용이 취소된 만큼 토지소유주들의 보상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주거단지를 개발하리 전 전답 형태의 구조로 보상규모를 평가하기로 합의했고, 올해 6월 현재 총 740억원 중 371억원(50.1%)을 집행했다. JDC는 올해 연말까지 토지소유주를 설득해 70% 이상을 집행하겠다는 목표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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