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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SK그룹] 비주력 매각ㆍ설비투자 축소ㆍ인력 감축… ‘반도체ㆍ배터리ㆍ통신’ 화력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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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17 05:20:32   폰트크기 변경      
리밸런싱 방향은

車 배터리ㆍ그린 부문 투자 확대

SK온 북미에만 10조 이상 투입

SK하이닉스, AI 글로벌 협력


그래픽 : 한국신용평가 제공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SK그룹이 비주력 사업의 투자 축소와 함께 반도체ㆍ배터리ㆍ통신 등 이른바 3대 미래 성장 사업 중심의 리밸런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SK온 등 미래 성장 동력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 저성장 사업부문을 과감히 도려내는 재구조화 전략이다. 최태원 회장이 올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해현경장’(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다)의 정신이다.

지금까지 SK는 ‘과감한 투자’를 마중물 삼아 성장해왔다. 과거 선경그룹 시절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전신인 유공ㆍ한국이동통신 등을 과감히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다졌고, 2012년에는 하이닉스 반도체를 사들이며 그룹의 체질을 180도 바꿨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2021년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을 성사시키며 ‘SK=투자=성장’이라는 공식을 완성했다.

하지만 최근 SK 레거시 성장모델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21년 SK그룹 핵심축인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SK온은 설비투자에만 15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지금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온의 누적적자는 SK이노베이션 실적에 그대로 투영됐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1.4% 감소한 1조9038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까지 반도체 실적 악화로 7조7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SK그룹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6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조4000억원 줄었다.

수익성 악화는 그룹의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0∼2023년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제외한 SK그룹의 현금 부족액은 50조원을 웃돈다. 외부차입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분 36조원 이외에도 주요 계열사 중심으로 17조원 이상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에서는 이미 SK그룹의 리밸런싱 전략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핵심은 선택과 집중을 위한 내실화와 군살빼기다.

첫 단추는 최창원 부회장을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최재원 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한 인사가 꼽힌다.

이어 지난해 기준 716개(특수목적법인 등 포함)에 달하는 그룹의 종속회사의 자산 매각, 채산성 없는 사업부문 철수, 설비투자 축소, 인력 감축 등 본격적인 고강도 구조조정 착수다.

SK이노베이션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지난 4월 페루 LNG 지분을 3500억원에 매각했고,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스퀘어도 지난달 게임사 크래프톤 지분 전량을 블록딜해 약 2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자회사인 SK매직은 경동나비엔에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의 제조ㆍ판매ㆍ유통과 관련된 재고자산과 유ㆍ무형자산 일부를 370억원에 매각했다.

반면 일시적 수요 둔화에 직면한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 부문은 한층 과감한 투자전략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2021년 출범 이후 적자를 지속해온 SK온은 북미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조지아 공장(22GWh), 블루오벌SK(127GWh), 현대차 합작공장(35GWh)의 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차량용 자동차부품(전장), 충전 인프라 등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예고하며 리밸런싱의 선택지를 확보했다. 이같은 글로벌 협력은 그룹 리밸런싱에 나선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이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의 성장 동력 마련은 향후 IPO 추진 및 그룹 경영안정의 연결고리로 작동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 등에 따른 실적 반등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6일 대만을 찾아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이사회 의장으로 공식 선임된 웨이저자 회장 등을 만나 AI 반도체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는 “비주력 사업의 몸집은 줄이고, 반도체와 배터리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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