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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장과의 상생] “주민들 덕에 시작한 밀키트 사업, 수익은 이웃에게 나눠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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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21 06:00:46   폰트크기 변경      
면곡시장 닭한마리, 인센티브 기부

아동센터 등에 매달 밀키트 50개 후원 

방신시장 남도반찬 등 참여 잇따라

“전통시장 찾는 손님들 많아지길”



서울 광진구 면곡시장 닭한마리집 사장 설지연(57)씨가 평일 점심 손님을 받기 위해 준비중이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밀키트로 얻은 수익은 온전히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웃 주민들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얻은 수익이잖아요. 작더라도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서울 광진구 면곡시장 J닭한마리집 사장 설지연(57)씨는 올해로 식당 운영 14년 차다. 같은 장소에서 어머니가 장사한 세월까지 합치면 40년이 훌쩍 넘는다.

식당에 들어가자 동네 주민들과 오고 가며 정을 나눈 세월이 구석구석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카운터 옆에 진열된 ‘고사리 닭개장’ 밀키트가 이를 증명한다. 설지연씨는 올해로 2년째 서울시 밀키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시중에 나온 밀키트를 원가로 가져와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판매한다. 몸이 불편해서 식당에 자주 오시지 못하는 어르신들, 식당 마감 시간보다 일이 늦게 끝나시는 분들에게 집에서라도 ‘든든한 한 끼’를 대접하고 싶어서다.

이런 마음이 더 큰 선행으로 이어졌다. 서울시와 현대그린푸드에 자신의 레시피를 공유한 식당 주인은 밀키트 판매 수익금의 5%를 인센티브로 받는다. 설지연씨는 이 중 일부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처음 밀키트 사업에 선정됐을 때 너무 감사했어요. 그래서 5% 중 1%는 하나님께 1%는 내가 그리고 3%는 이웃들에게 나누기로 스스로 약속했어요.”


설지연씨의 수익금은 지역아동센터, 미자립청년, 노인정 등으로 배달된다. 주로 밀키트를 구매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평균 한 달에 50개가 넘는 밀키트가 마을 곳곳에 전해진다. 고사리 닭개장 밀키트를 먹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 얘기가 나오자, 설지연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너무 맛있대요. ‘엄지 척’ 하면서 먹는 걸 보니, 여전히 한 끼가 간절한 이웃들이 주변에 많다는 생각에 스스로 더 반성했어요.”

J닭한마리집의 훈훈한 사연이 알음알음 알려지자 일부러 밀키트를 구매하려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늘었다. 설지연씨는 “최근 한 청년들이 밀키트 50개를 주문하더라고요. 어떻게 알고 이렇게 사가느냐고 물어보니, 제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봤다더라고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에 위치한 남도반찬에선 닭볶음탕이 가장 인기 메뉴다. / 사진 : 강서구 제공 


이처럼 밀키트가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하며 올해 처음 사업에 도전한 상인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방신시장 골목에는 주민들의 단골 맛집으로 꼽히는 ‘남도반찬’이 있다.

남도반찬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가 바로 신선한 닭과 감자, 채소 등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 매콤하고도 달짝지근한 ‘닭볶음탕’이다. 단돈 1만원에 닭 한 마리의 양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동네에서 인기 최고다.

최근 물가상승으로 생닭 가격이 급등해 닭볶음탕 메뉴를 내놓지 못해 고심에 빠졌는데 때마침 밀키트 사업에 선정됐다. 남도반찬 사장 임원옥(60)씨는 “물가도 오르고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방신시장의 마스코트인 닭볶음탕이 많이 알려져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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