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ㆍ우리나라 전자파 권고치 83.3μT…독일ㆍ영국 등 100μT 권고
지하 2층 신분당선 변전소 바로 앞 측정하자 2.7~3.0μT로 나와
전문가 “실생활서 나오는 전자파보다 영향 없어…GTX는 지하 40m에 설치”
[대한경제=이재현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변전소를 두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B 노선과 C 노선 운행을 위해 변전소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부천과 청량리 지역 주민들이 인체 유해성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특히 동대문구는 국토교통부에 C노선 변전소 이전을 요청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변전소는 철도 운행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변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로 인해 자칫 현 정부의 핵심 사업인 GTX 개통이 줄줄이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에 지난 20일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신분당선 양재역에 설치된 변전소에서 전자파를 측정해 공개하고 나섰다. 지하철 변전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기 위해서다.
신분당선 양재역 변전소는 지하 2층에 설치되어 있다. 변전소는 154kV 전기를 공급받아 열차 운행에 적합한 27.5kV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양재역과 같은 지하철 내 변전소는 수도권에만 총 17곳이 설치돼 있다. 변전소 설치 위치도 아파트와 주택가 인근 등 다양하다.
신분당선 양재역 지하 2층에 설치된 변전소 주변압기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
이날 전자파 측정은 총 4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가장 먼저 지하 2층 변전소 주변압기 1미터 위치에서 전자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는 2.7~3.0μT(마이크로테슬라)다.
μT는 전자파 수치를 나타내는 단위다. 국제기구 및 각 국가들은 전자파 노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권고치를 적용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국제비이온화방사보호위원회(ICNIRP)는 83.3μT를 권고하고 있다.
일본은 200μT,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는 100μT를 적용중이다. 네덜란드는 장기간 노출을 1년 중 하루 14~18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WHO와 같은 83.3μT가 권고치다.
즉, 양재 변전소 주변압기 1미터 위치에서 측정한 전자파는 우리나라와 WHO 권고치보다 28배나 낮은 수치다.
이후 주변압기에서 5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자파를 측정하자 0.2μT로 수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신분당선 양재역 변전소 주변압기에서 전자파를 측정하는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
세 번째 측정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와 드라이기다. 두 기기를 가동한 뒤 전자파를 측정하자 35μT, 16μT로 나타났다. 주변압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마지막으로 측정한 곳은 변전소 주변압기가 설치된 곳에서 수직으로 25미터 떨어진 지상이다. 지상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0.04μT로 기록됐다. 지상에서는 사실상 전자파의 영향이 지상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신분당선 양재역 변전소에서 25미터 떨어진 지상에서 잔자파를 측정하는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
이날 전차파 측정에 동행한 전자파 관련 전문가인 김윤명 단국대학교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미 운영 중인 지중 송전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값은 실생활에서의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값보다 낮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운영 중인 경부, 신경주~포항, 원주~강릉 변전소 송전선로에서의 전자파 측정값을 살펴보면, 3개 조사지점에서의 최대값은 1.01μT~2.88μT로 국내 기준인 83.3μT을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윤명 교수는 “일각에서는 전자파에 대해 발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WHO의 2007년 연구결과 발표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노출되는 극저주파 전계는 건강문제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신분당선보다 더 깊은 지하에 설치될 GTX 변전소의 전자파 우려는 더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심도를 운행하는 GTX 변전소는 지하 40미터 깊이에 설치되는데, 신분당선 변전소 설치 위치보다 더 깊은 지하에 만들어진다.
아울러 국토부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화재에도 충분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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