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 동반 합격 기쁨
최고령 합격자 만 71세…최연소 만 26세
해외 건축사 13명, 외국인 2명 합격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올해 첫 건축사시험 최종합격자가 발표된 가운데 이색 이력을 지닌 합격자들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치러진 제1회 건축사 자격시험에는 7100명의 응시자 중 721명이 최종합격해 10.2%의 합격률을 보였다.
특히 이번에는 쌍둥이 자매 용소영(28)ㆍ용지영(28)씨가 나란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생 지영 씨는 합격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같은 회차에 언니와 함께 합격해 부모님께서 크게 기뻐하셨다”며 “가까운 곳에 같은 공감대를 지닌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험기간 내내 큰 힘을 얻었다”고 답했다.
언니 소영 씨는 “서로가 서로의 작업물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해준 덕분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받으며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시험에서 최연소 합격자는 만 26세 여성, 최고령 합격자는 만 71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1998년생으로 올해 최연소 합격자가 된 장도원 씨는 “건축사사무소에 재직하는 동안 수험생활을 병행했기 때문에 퇴근 후 꼭 한 문제라도 풀기 위해 노력했다”며 “야근 후 늦은 시간 귀가해 문제를 풀다 그만 잠에 들어 불을 켠 채로 아침에 일어나는 날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장씨는 “한 문제를 서너 번씩 풀며 복습을 습관화하고, 수험생들과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공부하는 모습을 공유함으로써 학습 능률을 높였던 것이 합격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건축사 시험 합격자들 중에는 외국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합격자도 총 13명으로 나타났다. 미국(6명), 프랑스(2명), 독일(2명), 네덜란드(1명), 덴마크(1명), 핀란드(1명) 등이다.
핀란드 건축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이산영(43)씨는 “건설정보모델링(BIM)을 활용한 스마트 설계기술과 북유럽 실용주의에 기초한 교육 방식 등에 반해 유학길에 올랐다”며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공항 설계분야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 핀란드 건축사 시험의 차이에 대해 이씨는 “핀란드의 경우 건축가로서의 소양과 철학을 주요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며 “필기시험 대신 논문과 프로젝트 발표를 통해 지원자가 얼마나 독창적인 시각으로 설득력 있는 건축을 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이세진(36)씨는 “석사 과정을 포함해 약 8년간 독일에서 건축 실무를 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건축사사무소 개업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며 “건축물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도시 재생에 기여하는 건축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건축사인 민형준(54)씨는 “컴퓨터로 실기시험을 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손으로 직접 도면을 그리는 방식이라 초반엔 익숙지 않았다”며 “시험 직전 과년도 기출 문제를 고루 풀어본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등 외국 국적 건축사도 2명 탄생했다. 중국인 양용규(36)씨는 “고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서 건축 일을 하다 자격시험을 보게 됐다”며 “외국인이다보니 요철, 연접과 같은 한국 고유의 한자어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양 씨는 “한국과 중국의 건축 교류에 기여하는 건축가가 되어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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