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기동형 확성기 차량 및 장비의 운용을 점검하는 훈련 모습./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우리 군은 북한의 다섯 번째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도 25일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대북 확성기 방송은 현재까지 실시하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합참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의 추후 행동 여하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군이 방송할 준비는 항상 돼있다”며 “군은 전략적, 작전적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은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면서 “군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도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군 대북 확성기 방송은 즉각 시행할 준비가 돼있다”며 “전략적ㆍ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행할 것이고 임무가 부여되면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350여 개의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했으며, 이 중 100여 개는 서울과 경기북부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종이류 쓰레기로 안전 위해물질은 없었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를 놓고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즉각 대응하기보다는 일단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기류다.
북한의 이번 오물풍선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뒤 예견된 수순이었고, 대북 확성기 방송이 과거 핵실험과 천안함ㆍ목함지뢰 도발 등 상대적으로 북한의 대형 도발에 대응한 치명적인 수단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과거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발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조준사격에 나서자 우리 군도 경계태세를 격상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점도 고려했을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이날 우리 군이 육군의 다연장 로켓(MLRS) K-239 ‘천무’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조만간 9ㆍ19 군사합의 이후 처음으로 서해 완충구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려는 계획 또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는 실사격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대북 확성기 카드를 꺼내들 필요는 없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우리 군은 북한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에 반발해 5월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담배꽁초 등을 담은 오물풍선을 네차례 살포하자, 지난 9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여 만에 재개한 바 있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