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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3세 신유열,‘그룹 미래’ 그리며 영향력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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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27 14:32:27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지주사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그룹 내 영향력을 넓힐 전망이다. 신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분야를 신 전무가 두루 살피며 아버지의 눈과 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신유열 전무가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이끌 후계자로서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2020년 신 전무가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신 회장은 한국, 신 전무는 일본으로 나뉘어 경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국에서도 전무로 승진하고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는데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도 선임되면서 신 회장의 뒤를 이어 ‘셔틀경영’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3세 시대는 막을 올렸지만, 승계 작업은 ‘속도’ 대신 ‘깊이’에 방점을 두고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자녀의 경영수업에 임하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룹 내 아버지 지배력이 막강한 상태에서 형은 일본 롯데를, 본인은 한국 롯데를 맡아 각 계열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고강도 훈련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수십 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며 그룹을 키우는데도 기여했지만, 아쉬웠던 점을 아들 경영수업에 반영하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사업 전반을 두루 경험하면서 자유롭게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타입이다. 지난해까지 그룹 주요 대외 행사에 신 회장과 신 전무가 나란히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회장이 아버지로서 직접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신 전무가 앞으로 보폭을 넓힐 기반을 마련해주려는 뜻이 담겼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운데)가 20일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오른쪽 둘째) 등 화학 부문 대표들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를 찾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신 전무는 올해 언론에 알려진 것만 세 차례 단독으로 대외 활동에 나섰다. /사진: 롯데케미칼 제공

올해부터는 경영수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 모양새다. 올 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한국 롯데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특히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면서 화학과 유통에서 바이오ㆍ인공지능으로 그룹 중심을 옮기는 역할을 맡았다. 신 전무가 스스로 그룹 청사진을 그릴 판이 마련되면서 홀로 대외 행사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올해 1월 ‘CES 2024’를 찾아 롯데정보통신, 롯데헬스케어 부스를 둘러봤다. 이달 14일 롯데호텔이 북미 최초로 L7 호텔을 개점하는 자리에도 신 전무는 아버지 없이 등장했다. 이후 20일에는 독일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를 찾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부스를 방문했다. △메타버스 △인공지능 △바이오 등 롯데그룹의 신사업 군을 두루 살피는 동시에 행사를 찾은 각 계열사 임원과 만나 주요 현안과 방향 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롯데 그룹 안팎의 평도 좋다. 신 전무가 성실한 학구파이면서도 재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인사와 폭넓게 관계를 맺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대내외 활동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그룹 청사진을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사업화하려면 신 전무가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하는데 올해 병역 의무가 사라진 만큼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에는 롯데지주 보통주 1억9500만원(0.01%) 규모를 매입, 한국 롯데그룹 상장사 주주 명부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요인으로 그룹 사업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승계 작업을 서두르면 그룹 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최대한 다양한 사업을 배우는 시간이 이어질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새롭게 구성한 참모진이 연이어 승진하면서 신임을 얻었고, 이들과 손발을 맞추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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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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