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로 꼽히는 추정금액 10조5300억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두 차례 유찰됐다. 유찰의 원인은 여러가지겠지만 정치 논리가 개입되며 건설공학과 시장이 철저하게 무시된 탓이 크다.
두 차례 유찰 후 단독 입찰한 현대건설의 수의계약 소문이 돌자, 여론의 눈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느냐’로 쏠렸고, 업계는 ‘(협상을 통한) 계약조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국토교통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지난달 31일 출범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의 역할이다.
사업의 발주자는 국토부가 아닌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다. 공단이 출범했으니 직접 사업 계획을 짜고, 입찰 계약 내용을 주체적으로 결정해 건설사와 협의를 이끌어가야 한다.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의 당사자로서 설계 및 시공사와 협의해 2029년 공항 개항은 물론이고 이후 공항의 운영까지 종합적인 책임자가 바로 공단이다.
한데 돌아가는 상황은 다르다. 현재 국토부는 공단을 배제한 채 발주 행정을 좌우하고 있다. 국토부가 시평액 순위 10대사 공동도급 제한(2개사)부터 설계비,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범위까지 결정해 조달청에 하달하는 식이고, 공단은 계약관리만 담당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공단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공단은 자신들이 설계하지도 않은 계약의 관리 책임만 떠맡아, 이후 문제가 생기면 여론 및 정치권의 비난과 관리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지도 모른다.
추후 감사를 고려해 유찰시키는 수준의 행정을 할 거면, 애초 민간 PM을 선정하거나 공단 출범을 서둘렀어야 한다. 공항공사를 항만공사로 이해하면서, BIM(건설정보모델링)은 부지조성공사부터 도입하는 앞뒤가 다른 행정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토부가 걱정하는 부분을 알고, 건설사가 우려하는 부분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건설업 사상 최대 후폭풍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다. 규정을 따지기보다는 시공상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최대한 줄이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공사기간의 촉박함을 감안한다면 사업타당성조사부터 참여한 설계사들이 최대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안을 국토부가 반드시 도출해야 한다.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시비를 피하고자 몸을 사리다가는, 사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국정감사장에 불려다니거나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라우마 때문에 그 무엇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하다. 다만, 실천할 용기가 부족해 과거를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도 필요하다. 달라이 라마는 '과거에 집착할 수록 우리의 삶은 뒤틀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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