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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한옥마을 5시 이후 관광 제한…주민들 ‘환영’ vs 상인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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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03 16:09:18   폰트크기 변경      
종로구, 특별관리지역 지정

오후 5시 이후 방문 땐 과태료 

2022년 민원 435건으로 확대

“과태료 실효성 없다” 지적도


북촌 한옥마을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일대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 사진 : 연합뉴스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매일같이 전 세계의 다양한 외국인들이 제가 사는 집 앞으로 몰려듭니다. 밤낮없이 소음과 쓰레기로 고통받아요. 남들은 핫플레이스 산다고 부러워하는데, 이거 완전 빛 좋은 개살구 꼴입니다.”

지난 2일 오후 북촌한옥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인명(62ㆍ가명)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북촌한옥마을 일부 지역에 오후 5시 이후 관광객 통행이 제한된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날이었다. 그는 “더이상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면 안 된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잠깐이라도 문을 열어놓으면 개방 한옥인 줄 알고 외국인들이 불쑥불쑥 들어온다”라고도 전했다.

이날도 북촌로 일대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어떤 이들은 더위를 피해 가정집 대문 앞에 20분가량 앉아 있기도 했다. 한옥 담벼락에는 ‘DON'T TALK’, ‘JUST LOOK AROUND AND PASS AWAY’ 등 영어 공지판이 붙어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 탓에 소음은 끊이질 않았다.

종로구는 지난 1일 ‘오버투어리즘’ 사태를 막기 위해 북촌한옥마을을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특별관리지역으로 전국 최초로 지정했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경우 특정 구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광객의 방문 시간과 통행을 제한할 수 있다.

구는 삼청동, 가회동 일부를 포함한 북촌 12만8000㎡(약 34만평)를 특별관리지역으로 공통 지정하고, △레드존 △오렌지존 △옐로우존으로 분류했다. 방문객이 가장 많은 북촌로11길(3만4000㎡)은 레드존으로 정하고, 관광객 방문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한정했다. 주민이 아닌 관광객이 이른 아침이나 밤 시간 등에 북촌한옥마을을 걷다 적발되면 10만원 상당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는 1988년 통행금지가 풀린 이후 37년 만에 도입된 관광객 대상 통금이다.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 / 사진 : 연합 


이날 북촌한옥마을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구청의 특별관리지역 지정 결정을 반겼다.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북촌한옥마을의 인구는 6100명인데 관광객은 644만명이다. 1000배 이상의 관광객 비율은 북촌한옥마을이 관광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질수록 주민들의 고통이 커져갔음을 의미한다. 구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205건이었던 민원은 2022년 435건까지 늘었다. 최근 5년간 약 2000건 가까이 되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반대로 한옥마을 인근 상인들은 구청의 이러한 결정에 난색을 표했다.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앞선다.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한 점주는 “코로나19 이전 매출을 겨우 회복했는데 혹시나 영향이 있을까 우려가 된다”라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구 관계자는 “전문가 검토와 주민 간 공청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실제 통행 시간을 지정한 북촌로11로길인 레드존은 상점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피해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과태료 부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북촌한옥마을은 한옥 체험 숙박업도 공존하는 구역이라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관광객, 인근 주민들을 구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현실적으로 주민들의 ‘정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구 관계자는 “이번 특별관리지역 지정은 사실상 ‘밤늦게 이곳에 찾아와서 시끄럽게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한 ‘상징적’인 정책이기도 하다”라며 “외국인 관광객들과의 소통 문제 등 과태료를 실질적으로 부과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출입 금지 간판을 설치하고, 직원을 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도 함께 고민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유명 관광지들은 과도한 관광객들로 인한 거주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강수’를 두고 있다. 일본 야마나시현의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은 지난 4월 관광객을 막기 위해 사진 명소로 유명한 편의점 앞에 차단막을 설치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4월부터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료’ 5유로를 받기로 결정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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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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