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박경남 기자]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무기한 휴업을 3일 만에 해제하기로 하면서 수도권 건설현장이 셧다운 위기를 넘기게 됐다.
레미콘운송노조가 기존의 통합협상 카드를 접고, 레미콘제조사의 지역별 협상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인데, 이르면 이번주부터 순차적으로 12개 지역별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전망이다.
다만, 본격적인 협상에서 레미콘 운송비 인상폭을 놓고 양측 간 간극이 클 경우 건설현장 셧다운의 불씨는 다시 살아날 우려가 남아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운송노조는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무기한 휴업조치를 이날 잠정적으로 해제하고, 4일부터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당초 레미콘운송노조는 레미콘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운송비 인상에 대한 통합협상을 요구했다. 지난 2022년 협상 때 레미콘제조사들이 통합협상을 약속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레미콘제조사들은 지역별 협상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앞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레미콘운송노조를 노조법상 노조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잇따라 내리면서 레미콘제조사들은 레미콘운송노조의 단체협상에 응할 이유가 사라졌다.
합법적인 쟁의행위의 명분을 잃게 된 레미콘운송노조는 단체협상과 파업 대신 통합협상과 휴업을 내걸고, 지난 1일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레미콘운송노조와 레미콘제조사들이 레미콘 운송비 인상 협상에 나서기도 전에 협상 방식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일각에서는 양측 간 협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이날에도 레미콘운송노조는 서울 강남구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앞에서 레미콘제조사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고용당국으로부터 노조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탓에 레미콘운송노조의 휴업은 정당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고, 건설현장의 셧다운 위기로 이어지면서 애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며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통합협상을 강경하게 주장했던 레미콘운송노조가 레미콘제조사가 제안했던 지역별 협상을 수용하며 한 발 물러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레미콘운송노조와 레미콘제조사들이 지역별로 운송비 인상 협상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수도권 건설현장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레미콘운송노조의 휴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중단했던 공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레미콘 운송비 협상에 착수하지 못한 탓에 건설현장의 셧다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미콘운송노조는 이날 운송비 협상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휴업조치를 잠정 해제한다고 밝혔다. 향후 레미콘 운송비 협상 테이블에서 인상폭을 두고 온도차가 크면 다시 휴업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합협상을 요구했던 레미콘운송노조가 지역별 협상 방식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일단 건설현장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며, “협상 방식에 의견을 같이 한 만큼 운송비 협상도 일정 기준을 만들어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남 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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