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조감도 / HD현대중공업 제공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총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의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결정에 따라 업체들의 유불리가 갈리는 상황에서 정치권까지 압력을 행사하며 수주전이 과열되는 중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방위사업청이 KDDX 사업의 계약체결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할 것을 내부적으로 정해놓고 사업분과위원회 등을 여는 절차에 착수했다”면서 “이번 KDDX 사업 기본설계를 진행한 측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던 만큼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서 의원은 한화오션 본사가 위치한 거제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서 의원이 이러한 성명서를 낸 것은 지난 2일 한 방송사가 “방사청이 KDDX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에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기기로 내부 방침을 결정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입장문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KDDX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오는 2030년까지 6000톤급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국내 특수선 사업 분야를 양분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며, 현재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 선정 절차를 앞두고 있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특수선 초도함은 연구개발의 최종 결과물인 시제품이 곧 전력화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기본설계를 맡은 곳이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번 KDDX 사업에서는 앞서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처벌받은 사실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도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여기엔 한화오션 만든 KDDX 개념설계도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으로부터 보안사고 1.8점 감점을 받았다.
한화오션이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에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 한화오션 제공 |
이러한 점에서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불법 탈취 및 유출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기에 법이 정한 바에 따라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정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주장이 과도한 발목 잡기라고 여긴다. 이미 사법적인 절차와 함께 벌점 조치를 받고 있고, 사업 참가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까지 내려졌다는 점에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12년 발생한 보안사고 관련, 당사는 2018년 당시부터 기무사, 군 검찰, 민간 검찰 등 3곳의 수사기관으로부터 2년 6개월에 걸쳐 조사 및 수사를 받았으며, 관련자 기소 이후 2022년 11월 2심 판결까지 종결된 사안”이라며 “지난 2월 방사청도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심의했고, 심의 결과 부정당업체제재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에 의하면 무기체계의 효율적인 연구개발이나 전력화 시기 충족을 위해 현재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하도록 할 때는 ‘수의계약’으로 계속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이 기존의 사업자 선정 원칙을 깰지 주목된다.
방사청은 지난 2006년 출범 이후 지난 19년간 총 18번의 함정 건조 사업 모두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에게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맡겨왔다.
이는 과거 한국형 구축함 2단계 사업(KDX-Ⅱ) 충무공이순신함이 인도될 당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중방사소음이 탐지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충무공이순신함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은 업체가 달라, 귀책사유를 제대로 따질 수 없어 문제가 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연내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업체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방사청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결정을 내리고, 업계에선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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