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으로 확대 적용하고 6개월여가 지났지만 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사고예방 정책이 중소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내 한 50억원 미만 건설현장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사장 안종주, 이하 공단)은 4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24 산업안전보건의 달’ 행사를 열고 건설안전 사업의 고도화 및 선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택근 인천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설업의 재해증가는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현행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산재예방 정책은 건설업처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사업장과 이동이 잦은 일용직 근로자로 구성된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건설업 종사자의 상당수는 비정규·일용직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건설업 임금근로자 중 일용직 취업자 수는 87만7000명에 달한다. 건설한파의 여파로 일용직 근로자 수가 17만명 이상 줄었음에도 전체 건설업 종사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고용부의 산재예방정책은 고정된 사업장과 정규직 근로자 위주로 편제돼 제대로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인 산재예방정책인 ‘패트롤점검’은 위험성평가 기반의 불시점검을 통해 고위험 요인을 개선한다는 목표로 도입됐으나 점검인력의 한계·일시적인 점검 효과 등의 한계점을 드러냈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기술지도의 경우 각종 기관의 난립 및 과당경쟁으로 기술지도의 품질이 하락, 형식적인 수준으로 변질됐으며 건축주 및 건설업체의 입 맛에 맞도록 대행기관들의 병폐가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 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중소건설현장 중 상당수는 △현장안전관리 담당자를 찾기 어려움 △적정 안전관리비가 계상되지 않음 △현장의 무관심·정보력 부족 등으로 지원제도 접할 기회 적음 △근로자 교육 의지 및 능력 부족 △짧은 공기로 안전시설에 관심 없음 △근로자의 이동 빈번 △사업주의 의식부족 △규제변화에 취약 △빈약한 재정으로 외부 충격을 흡수 곤란 등의 영향으로 재해예방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일선 건설현장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가 발표한 ‘2024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서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6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명 감소했다. 하지만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재해자는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이전인 2023년 1분기보다 3명(8.3%) 더 많은 39명으로 집계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규모 건설현장에 맞는 실질적인 기술지원이 필요하고 전문인력확보를 통한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 교수는 “중소건설현장은 규제 강화보다 지원과 보살핌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확보해 돌관공사로 인한 재해발생률을 낮춰야한다. 또 기술지도 수수료를 현실화하고 일용직 근로자를 위한 콜센터를 운영해 현장의 문제점을 고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주자, 감리자에 안전관리책임을 부과하고 작업방식에 적합한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전반적인 안전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또 AI기반 능동형 CCTV, 드론 등 스마트 안전기술을 적용해 다수의 소규모현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현장 위반 사항에 대한 개선 및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정규 건설재해예방협회장은 “중소 건설사의 취약한 재정 문제가 근본적인 문제다. 50억원 미만 공사 중 5억~10억원 공사가 가장 많다. 워낙 공사가 작다보니 간접비가 들어가기 어렵다”며 “중소건설사에서는 비용을 최소화 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이 중요한데 불가능한 환경이다. 이 부분을 정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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