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차등 폐지, 원점수 합계로 결정
"소수위원 점수에 결과 크게 흔들려"
심사위원 명단 일주일 전 공개도 논란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조달청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공주택 설계사 선정과 계약 업무를 이관받아 심사를 진행한 지 한 달이 넘어선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조달청표 심사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4월 ‘종합청렴도 향상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공정ㆍ투명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달 새로운 심사제도가 본격 시행되자, “심사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앞서 조달청은 LH가 도입해 운영하던 ‘강제차등점수제’를 폐기하고 새로운 채점방식을 도입했다.
강제차등점수제는 심사위원이 1위 업체에 부여한 점수를 기준으로 둘 간의 점수가 10%(150점 만점 기준 15점) 차이나도록 만든 뒤 당선작을 가리는 방식이다.
반면, 조달청은 ‘원점수 합계’를 바탕으로 최고, 최저 점수 1개씩을 제하고 가감점 여부를 종합해 최종 점수를 낸다.
이에 대해 A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LH는 위원별로 점수에 차등을 둬 사실상 ‘투표제’처럼 기능하도록 했으나, 조달청 체제에서는 심사위원 11명 중 4명의 위원만 고득점으로 확보하면 당선되는 구조”라며, “소수 위원이 다수 위원의 결정을 뒤집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허점을 노린 특정사의 영업에 의해 설계심사 결과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 명단을 공모안 제출 마감일(통상 심사 일주일 전)에 공개하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B건축사사무소 임원은 “현재 공모 참가자와 심사위원은 사전접촉 금지서약서 및 여부확인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렇게 심사 일주일 전 공개를 할 경우 현장에서 사전 접촉 금지가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면서, “심사 전까지 명단을 비공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사위원 11명 중 4명(36%)을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 소속으로 채우는 심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C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지자체와 공공기관 소속 심사위원 수가 기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면서 최신 건축 디자인 트렌드가 평가 요소로 잘 반영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기존 LH의 투표 방식(강제차등점수제)으로 심사를 하면 오히려 캐스팅 보트를 쥔 위원 1명의 결정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심사위원 사전 공개 및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사전 공개는) 국토교통부의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른 조치이며, 지자체 소속 심사위원은 건축 인ㆍ허가 과정에서 설계도면을 자주 접해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한 인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달청은 내달까지 총 설계비 247억원 규모의 5개 지구, 9개 블록을 끝으로 올해 LH 설계공모 심사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다. 심사일 순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6-2 M1BL(62억원, 7월8일) △행정중심복합도시 6-2 M5 및 M8BL(63억원, 7월9일) △고양창릉 S-2 및 S-8BL(77억원, 7월19일) △고양창릉 S-10BL(34억원, 7월29일) △평창장평, 상주서문, 장수계남지구(11억원, 8월12일) 등이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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