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한미약품은‘연구개발(R&D) 중심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신약 명가’로 불린다. 한미약품을 신약 명가로 일군 일등공신은 창업자인 고 임성기 선대 회장이다.
1967년 서울 종로5가에 개설한 임성기 약국을 성공시킨 고인은 1973년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당시 임성기제약회사)를 설립하며, 제약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 설립 이후 그는 ‘한국형 R&D 전략’을 짰다. 복제약(제네릭)과 개량·복합신약 개발로 도약을 위한 토대를 쌓은 뒤 국산 혁신신약까지 완성하겠다는 게 한국형 R&D 전략의 목표였다.
한국형 R&D 전략은 2015년 일라이 릴리. 베링거 인겔하임, 얀센,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에 혁신신약 후보물질 7개를 총 8조원대 규모로 기술 이전하는 사용권(라이선스) 계약을 성사시키며 결과를 이뤄냈다.
이 같은 꾸준한 신약개발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1조 4909억원에 영업이익 2207억원을 달성했다. 2021년부터 매년 매출액은 10% 이상, 영업이익은 20%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654억 원을 달성하며 2021년에 비해 10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한미약품은 올해 들어 창업자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탓에 멍이 들고 있다. 고인인 임성기 초대 회장이 보유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2308만여주)을 물려받은 부인 송영숙(한미약품그룹 회장), 아들 임종윤(한미약품 사장)·임종훈(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딸 임주현(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이 총 5400억원대 상속세 마련 과정에서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은과 딸인 임주현 부회장은 OCI과 통합으로써 상속세분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선대 회장님의 유지를 받아들이기 위해 반대했다. 결국 지난 4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이 ‘형제의 승리’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최근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최근 모녀측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과 손을 잡으면서 경영권 분쟁은 다시 재점화됐다.앞서 신동국 회장은 지난 4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형제들의 편을 들었다.
이번 신 회장이 모녀편으로 돌아섬에 따라 모녀와 신 회장의 지분은 약 48%를 넘어섰다. 지분이 과반하 달암에 따라 경영권 분쟁으로 둘러싸고 다시 한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에 열릴 수도 있다.
이 같이 되풀이되는 경영권 분쟁 여파로 올해 사업 차질은 물론 내부 구성원 갈등 등 위기감마저 엿보인다. 주주들 피해는 불문가지다.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은 미래를 내다본다는 혜안으로 한국형 R&D 전략을 구사한 대표적인 참기업인으로 꼽힌다.
임성기 창업회장은 생전 ‘신뢰경영’을 제시하며 국민과 주주들,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파트너 회사들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은 오너 일가가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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