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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옥철은 누가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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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09 06:00:24   폰트크기 변경      


장마철 가장 큰 걱정거리는 수해다. 상습침수지역의 지방정부는 빗물을 막는 차수벽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도 그중 하나다. 지하에 거대한 저류조를 만들어 빗물을 모아뒀다가 비가 그친 후 내보낸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은 빗물배수터널의 효과를 입증한 사례로 거론된다.

이달 초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빗물배수터널이 소환됐다. ‘개발 공약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오 시장은 “예전 토목ㆍ토건 반대가 떠오른다. 침수를 예방할 대형 지하 저류조, 저류 터널을 만드는 걸 하지 말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당초 빗물배수터널은 7곳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박원순 전 시장 취임 이후 토건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빗물배수터널 건설에 불똥이 튀었다. 사업은 신월동 한 곳으로 축소됐다.

오 시장이 재취임하면서 이외 지역에서도 사업이 재추진되고 있다. 광화문과 강남역, 도림천 등 3곳이다.

큰 비가 오면 가슴을 쓸어내리는 주민들에게는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미 뒤늦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자재비 등이 급등하면서 사업비가 폭증한 것이다. 10여년 전 7곳 건설비용이 8500억원으로 예상됐는데 현재 3곳을 건설하는 데 1조15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불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문제지만, 토목사업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필요하면 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안 하면 되는데 가치 판단에 ‘정치’가 끼어든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훗날 어떤 문제가 생길지 뻔히 보이는데도 안 하는 일도 많다. ‘꽉 막힌’ 제도 때문이다.

신월동은 상습침수 걱정을 덜었지만 다른 걱정이 생겼다. 이 일대가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신월동은 지하철 불모지인데 최근 속도를 내는 인근 목동아파트 14개 단지 재건축이 끝나면 현재 2만6000여가구에서 두 배 이상인 5만3000여가구로 늘어난다. 여기에다 신월동 재건축ㆍ재개발과 서부트럭터미널 개발까지 추진되면서 인구와 교통 수요 폭증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지만 신월동, 신정동, 목동을 관통하는 목동선은 16년째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최악의 교통난이 우려된다며 목동선 예타 통과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예타 제도에서는 통과가 쉽지 않다. 미래 수요와 기존 노선 혼잡도 완화 효과 등을 더욱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서울시 역시 예타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시 차원의 개선안까지 마련했다. 현 제도로는 서울이라는 이유만으로 교통 인프라 신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타에 애타는 지방정부와 달리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는 내 일이 아니라며 느긋해 보인다. 이러니 집이 먼저 들어오고 교통 인프라는 뒤늦게 구축되는 일이 반복된다. 그 사이 우리는 지옥철을 타야 한다. 짐짝처럼 몸을 구겨넣는 일상의 출퇴근길. 누구 때문인지는 알고 타자. 


김정석 정치사회부장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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