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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인프라인데…기술사 대신 산업기사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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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10 08:35:39   폰트크기 변경      
‘주먹구구’ 지자체 제안서평가委

‘국가기술자격증’ 범위 너무 포괄적

업계 “운전면허증만 있어도 되나”


[대한경제=김민수 기자]#1 경기 A시는 지난달말 ‘농어촌도로대장 전산화 용역’과 관련해 제안서 평가위원 후보자를 공개모집하면서 자격요건을 △전임강사 이상 △7급 이상의 국가ㆍ지자체 공무원 △정부투자기관ㆍ출연기관ㆍ지방공기업 기술직 5급 이상으로 한정했다. A시는 ‘1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기술사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치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와 달리 공고를 낸 것이다.

#2 강원 B시는 2년 전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용역’과 관련한 제안서 평가위원 후보자를 선정했다. 측량 및 지형공간정보 관련 인원 총 8명을 뽑았는데, 당시 자격요건을 △3년 이상 해당 분야 근무경력을 가진 7급 이상 공무원 △정부투자기관ㆍ출연기관ㆍ지방공기업 기술직 5급 이상 또는 동등 이상 경력자 △대학의 전임강사 이상으로 규정했다.

위 두 사례 모두 기술사를 배제한 사례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모집하면서 국가 최고 기술자격증 소지자인 기술사는 아예 제외시켰다. A시 관계자는 “해당 용역 관련 기술사 풀이 부족해 자격요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인력 풀이 부족한 것과 배제한 것은 다르다. 지자체의 평가위원회 운영이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243개 지자체의 제안서평가위원회 운영 관련 자치규정을 보면, 3분의 2 정도는 자격요건에 ‘1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건축사, 기술사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 등으로 명기해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지자체들이다. 그때그때마다 자격기준을 낮추거나 아예 자치규정 없이 입맛대로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강원 C시의 경우 ‘3년 이상 해당 분야에 근무경력이 있는 전문 직종 국가자격증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를 자치규정으로 두고 있다. 한데 너무 포괄적이다. 전문 직종 국가자격증은 기술사ㆍ기능장ㆍ기사ㆍ산업기사ㆍ기능사 등으로 분류되는데, 기술사와 산업기사ㆍ기능사의 전문성은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술사가 아닌 토목기사 자격증 정도로 전문 평가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은 평가 결과의 신뢰도를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단순히 자치규정에 국가기술자격증만 있어도 된다고 명시한 것은 마치 운전면허 1종이나 2종 자격을 가진 사람도 평가위원으로 참여 가능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비꼬았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광역이 아닌 기초 지자체의 경우 건설공사 관련 용역 제안 평가 자체가 드물고, 지역 내 기술사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인력 풀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무조건 자격요건을 낮추는 것은 스스로 평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교량 건설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인프라 공사 용역 제안서 평가 시에도 전문성이 낮은 평가위원을 채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부분 토목ㆍ건축 등 건설공사와 관련한 제안서 평가 시에는 건축사나 기술사, 박사, 교수 등의 전문가를 자격요건에 반영해 풀을 구성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보화 사업 등 일부 사업의 경우 기술사 자격 등을 가진 전문가가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자격을 낮춰 공고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행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협상에 의한 계약 진행 시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하려면 제안서평가위를 구성ㆍ운영해야 한다. 행안부 예규에는 평가위원 자격요건을 ‘국가와 다른 지자체의 공무원, 계약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해당 분야 전문기관ㆍ단체 임직원, 전문가ㆍ대학교수 등)’로 두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이를 보다 구체화한 자치규정을 마련ㆍ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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