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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퍼사이클 놓칠라”…글로벌 경쟁력 발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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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08 17:05:11   폰트크기 변경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생산라인…멈추 천문학적인 피해 불가피

8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퇴보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날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오늘 총파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10일까지 출근을 하지 말고 업무 관련 연락도 받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그는 “만약 파트장이나 부서장이 출근을 강요한다면 녹취해 조합에 제보해달라”면서 “사측이 변화할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삼노는 오는 9일과 10일에는 경기 기흥사업장에 있는 삼성세미콘 스포렉스 체육관에서 조합원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이어간다.

노조는 이번 파업 기간 노사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 파업은 물론, 무기한 파업까지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벌이고 있는 전삼노 조합원들의 모습 / 사진 : 안윤수 기자 ays77@
삼성전자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여부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파업에 앞서 생산 일정과 인력 배치 등을 미리 조정해 생산 차질이 없도록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향후 파업이 확대ㆍ장기화될 경우엔 생산에 막대한 타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단기적으로는 근무조 조정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현행법상 파업 근로자의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없어 생산 공정에도 공백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일 크기와 같은 ‘나노(㎚) 단위’를 다루는 매우 세밀한 작업 과정들의 연속으로, 24시간 끊김 없이 돌아가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의 제품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3∼4개월 동안 수백 가지의 공정을 거쳐야하는데, 그중에는 작업 후 다음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야 하는 공정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불량이 나오게 돼 기존에 작업했던 웨이퍼들은 폐기해야 한다. 매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실제, 지난 2018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는 28분간 정전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완전 복구까진 2~3일가량 걸렸다. 피해액은 500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당시 평택공장이 24시간 동안 가동 중단됐다면 피해 규모가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한 엔지니어는 “장비를 켜놓고 아무런 공정도 진행하지 않는 유휴 상태가 길어질 경우엔 기존에 세팅해놨던 수백∼수천 가지 조건이 변경돼 버리는데, 관리 엔지니어들이 장비 정상 작동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새로 투입한 조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 상태도 검수해봐야 한다”라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진 수개월의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도 커진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AI 전환을 서두르는 중이다. 이러한 와중에 고객사의 납기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신뢰도에 상당한 손상이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수주에도 패널티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와 인텔 등은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는 중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대신 다른 회사를 선택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 주도권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뒤쳐져 있다. 올 하반기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품질 테스트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파업 리스크는 고객사 신뢰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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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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