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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재정 준칙,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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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11 06:00:17   폰트크기 변경      

“올해도 세수 사정이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22대 국회 첫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세수 결손 관련 질의에 “올해도 법인세가 별로 좋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올해 세수 결손을 예상하느냐’는 질의에는 “어느 정도 저희 예상보다는 부족할 거 같다”고 언급하면서 정부의 세수 결손을 공식 확인한 셈이 됐다.

세수 결손의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로 보인다. 올해 1∼5월 법인세 수입은 28조3000억원에 그쳐 지난해보다 15조3000억원 급감했다. 법인세의 예산 대비 진도율은 36.5%다. 이는 법인세 납부의 달인 3∼5월이 모두 지난 시점에서 한 해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한 법인세의 36%가량만 걷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은 영업손실을 내면서 법인세가 ‘0’원이었다.

일각에선 8월 법인세 중간예납(올해분 세액 일부를 미리 내는 제도)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올해는 회복세가 보이지만 그 법인세는 내년도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중간예납까지는 쉽게, 크게 반영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고된 가운데 국가 재정은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년 말 대비 23조원 늘어난 111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10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실질적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분기 말 75조3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 연간 적자로 예상했던 규모의 82.2%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91조6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기관들은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전년 대비 1.4%p 상승한 55.2%였다. GDP 대비 D2 비율은 2013년 37.7%에서 10년간 17.5%p 높아졌다. 이는 비기축통화국 11개국 가운데 싱가포르(63.9%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국가 재정이 심각하지만 지난 총선에 승리한 야당은 국회가 열리자마자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에 ‘계층ㆍ지역ㆍ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한 경우’를 추가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법안이 민주당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민생 위기 극복 특별법’의 재원 조달 근거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안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추경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전 재정 기조를 고수하지만 정치권은 여러 이유로 거세게 압박할 전망이다. 이에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 수순을 밟았던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법에 명확하게 정해놓아야 소모적 정쟁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건전 재정은 미래 후손들을 위한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다.  


노태영 경제부 차장 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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