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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전체를 정수기 시스템처럼…“맞춤형 물 컨설팅시대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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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10 14:33:06   폰트크기 변경      
[스타트업스토리-빌딩 물관리솔루션-‘지오그리드’ ]① 정수플랜트 '블로우' 개발

서울 종로구 예그린 아파트에 지오그리드의 친환경 빌딩 정수 플랜트가 설치된 모습./사진=지오그리드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예그린 아파트는 올해 50살이 됐다. 이 아파트는 1975년 건축허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지어졌다. 그 사이 입주자들은 나이가 들었고 이제는 아파트를 쉽게 허물지도 못하고 있다.

김기현 지오그리드 대표는 예그린 아파트를 처음 찾았을 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사람이 마실 수 없는 정도의 물’이었다고. 주민들은 그동안 이 물로 빨래하고 양치하고 설거지를 했다.

지오그리드의 ‘블로스(BLOS, Building Oasis)’를 설치하기 전 예그린 아파트의 물에서는 아연과 철이 각각 1ℓ당 0.354mg, 0.43mg 검출됐다. 이는 먹는 물 기준인 3mg, 0.3mg보다 높은 수치다.

블로스 설치 후 아연 검출 수치는 0.08mg로 낮아졌고, 철은 검출되지 않았다.

블로스는 지오그리드의 친환경 빌딩 정수 플랜트다. 한 마디로 빌딩 전체를 정수기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로 건물로 유입되는 수돗물을 필터로 거른다.

다음으로 물을 이온화시켜 배관 안에서 산화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한다. 수도 배관 내부에 있는 철 이온과 물 안에 있는 산소 이온이 녹 전 단계인 산화철이 되는데 이를 막는 것이다. 이온화된 물은 배관 내부에 산화 피막을 형성해 부식을 막는다. 노후배관 내부를 코팅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실시간으로 수질을 분석해 데이터를 쌓고 모니터링한다. 김 대표는 “하나는 필터를 넣고 하나는 건물 내부에 있는 배관을 깨끗하게 하는 두 가지 솔루션을 설치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이물질을 잡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오그리드의 정수 기술은 서울 자치구청장들의 입소문을 타고 다른 구청에서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선 예그린 아파트의 경우에도 종로구가 주민 복지 차원에서 예산을 마련해 진행했다.

최근에는 학교와 호텔 등 아파트 외 건물에도 적용 중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급식실 수도배관에 플랜트를 설치하고 급식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플랜트 설치 전 1ℓ당 0.011mg 검출됐던 아연은 설치 두 달 뒤 0.004mg으로 줄었다. 적합 기준을 넘었던 철(0.45mg)은 검출되지 않았다. 현재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물 사용량과 수질, 탄소배출량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의 오래된 고급 호텔에도 지오그리드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40여년 전 건축된 이 호텔은 하루에 1200톤(t)의 물을 사용한다. 수도관 공사를 위해 영업을 섣불리 중단할 수도 없어 그동안 화학물질인 방청제를 투입해 수도 배관을 관리해왔다. 배관 관리를 위해 매년 2500만원을 써야 했다.

지오그리드는 이 호텔에 W-BEMS(Water-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물 건물관리에너지 시스템)를 설치해 물 관리를 돕는다. W-BEMS는 정부가 일부 건축물에 설치를 의무화한 건물관리에너지시스템(BEMS)에서 따왔다. 건물의 배관 상태 외에도 물 사용량과 각종 공공 데이터, 동파 가능 여부 등 유지 관리 데이터까지 모니터링한다.

예그린 아파트에 설치된 지오그리드의 친환경 빌딩 정수 플랜트 모니터링 화면 모습./사진=지오그리드


김 대표는 전기와 같은 에너지는 건물 단위로 정부에서 관리하지만 물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는 “전기와 물은 상호보완적이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물을 쓰고, 물을 만들기 위해서 전기를 쓴다”며 “건물에 BEMS와 W-BEMS가 함께 설치되면 어떤 가전제품을 얼마나 쓸 때 물을 어느 정도 쓰는지 알 수 있고, 수질도 점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오그리드는 단순히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스타트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지오그리드를 “하드웨어가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회사”라고 설명한다.

건물이 주거공간인지, 몇 명이 살고 있는지, 미세먼지 환경은 어떤지 등 모든 데이터를 모으면 물을 예측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물 컨설팅’이다. 그는 “지오그리드의 정수 시스템은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역할을 넘어 데이터를 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며 “건물 또는 지역ㆍ환경별로 물 컨설팅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이미 다수의 건설사에서 지오그리드의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기술도입 전 검증과정(PoC) 현장을 보러 오기도 했다. 해외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건설사의 제안도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지오그리드의 시스템은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물이 사용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지오그리드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엔 인도네시아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는 아직 강물이나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물 관리가 필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물에서 망간이 발견돼 관련 솔루션을 구상 중이다.

김 대표는 “지역별로 수질 검사를 해서 일반 필터가 아닌 그 지역에서 많이 검출되는 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를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지오그리드의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제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제 물도 다른 에너지처럼 관리하고 예측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물 데이터를 쌓아두면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며 “맞춤형 물 컨설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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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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