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천 매각시 화물기 조종사 단체사직”
대한항공 “고용ㆍ근로조건 유지 최우선”
1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의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9부 능선을 넘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노조 반대’라는 돌풍을 만났다.
두 기업이 합병되면 국내 항공산업이 약화되고 독과점으로 인한 요금인상 등 국민 이익이 침해될 것이라며 아시아나 노조가 강력한 반대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11일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APU)와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한예택 APU 수석부위원장은 “국내 항공 시장에서 두 항공사 점유율은 60% 이상으로, 합병으로 독과점이 발생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서비스 질이 저하될 가능성도 높다”라며 “합병 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기타 합병을 관리 및 감독해야 하는 정부 기관은 그 누구도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고용 승계 불안 문제도 지적했다.
최도성 APU 위원장은 “인수합병과 관련해 직원들의 고용과 처우 등을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노사 협력팀에 올해 2월과 3월, 5월 총 3회에 걸쳐 의사를 문서로 전달했지만, 대한항공 측은 그 어떠한 답을 주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에어인천으로 매각될 경우, 집단 사직으로 대항할 뜻을 밝혔다. 지난달 대한항공은 에어인천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에어인천이라는 소규모 화물항공사를 선정한 것은 향후 대한항공이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B747, B767 운항 승무원들은 지난 1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고, 다른 기종 조종사들도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며 “조건부 사직이 이뤄질 경우 EC(유럽집행위원회)가 요구하는 매각 자체가 성립이 안 돼 대한항공 주도의 아시아나항공 M&A는 무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올해 아시아나항공에는 A350 2대 기체가 도입될 예정이었는데,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어떠한 대가를 받지도 않고 대한항공에 이관하기로 결정하며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한 부위원장은 “대한항공에 넘기지 않고 운용했다면 연간 수십억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는데 이를 무상으로 넘긴 것은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 측은 “아시아나항공은 8000여명의 소중한 일터인 동시에 국민들의 질 높고 안전한 항공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기회이자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의 한 부분”이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합병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세계 항공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일방적 운임인상 및 독점이 불가능하며 경쟁당국의 관리하에 시장 경쟁성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지적한 고용 불안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와의 접촉은 법적 우려가 있다”라며 “여러 차례 공언했던 것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을 것이며 에어인천으로 이전할 직원들을 위해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