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의 승강로에서 승강기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승강기공업협동조합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분속 105m 이하 중저속 승강기에 집중하던 중소 제조사들의 중고속 시장 진출을 위한 특화형 승강기 기술이 개발됐다. 조합을 통해 공동 개발된 기술이어서 기술이전 비용만 지불하면 중소업체 어느 곳이나 사용이 가능하다. 중소 승강기 제조업체들은 건물의 고층화와 속도 빠른 엘리베이터의 선호 현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 당해왔는데,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손영선)은 2년의 연구 끝에 중소기업 특화형 승강기 전략모델을 개발하고, 최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성능평가도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전략모델 개발은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성과공유형 공통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정부지원금 7억3000만원과 기업 부담금 2억원이 투입된 기술개발에는 조합이 주관사를 맡고 비전모터(구동기), 익스프레스리프트(제어반), 새한엘리베이터(완성품) 등이 참여했다.
전략모델은 분속 120∼150m(초속 2.0∼2.5m)의 중고속 승강기다. 승강기는 분당 정격속도에 따라 저속(45m), 중저속(60∼105m), 중고속(120∼210m), 고속(240∼300m), 초고속(360m 이상) 등으로 나뉜다. 이 중 20∼30층 규모의 공동주택에는 중고속 승강기가 주로 설치되며, 전체 수요 측면에서도 비중이 가장 크다. 전략모델은 여기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 제조업체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분속 105m 이하의 중저속 시장에만 집중했는데, 최근 주요 수요처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에서도 아파트 층수가 높아지면서 중고속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기술개발 배경을 설명한 뒤, “이번 전략모델 개발로 대형 승강기업체와도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조합 컨소시엄에 참여한 비전모터(주)이 개발한 구동기. 승강기의 구동기는 자동차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진:승강기공업협동조합 |
조합이 기술개발을 주도한 만큼, 기술이전 비용을 납부한 모든 중소기업이 전략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전략모델은 일종의 표준설계인 만큼, 기술이전을 받은 업체는 추후 승강기안전공단의 설계심사를 면제받는다.
관건은 사업화 부분이다. 조합 관계자는 “대형 업체 중에서도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형체만 구성하는 곳도 많은데, 우리는 자동차 엔진의 역할을 하는 구동기와 컴퓨터 CPU에 해당하는 제어반 등 핵심 요소를 자체 개발했다”며, “핵심 기술과 부품은 동일하지만, 승강기 케이지의 인테리어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고 가이드레잉 등 세부 부품도 선택권이 있어 각사별로 차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영선 조합 이사장은 “이번 과제 개발을 계기로 중고속 승강기에 대한 자체 기술을 확보했다. 도심의 고층화와 밀집화에 따른 고객 요구에 우리 중소업체도 대응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번 사업은 당초 1단계 과제기획과 2단계 공통기술R&D, 3단계 성과확산으로 기획됐지만, 정부 R&D 예산 조정 과정에서 성과확산 단계의 지원이 폐지됐다.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 하기 위해선 조합이 자체 자금을 투입하거나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보훈 기자 bbang@
신보훈 기자 bb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