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된 때로부터 10년까지만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8일 A씨가 전 남편인 B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심판 재항고심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AㆍB씨는 1971년 혼인한 뒤 1973년 아들을 낳았지만, 이듬해부터 별거에 들어가 1984년 정식으로 이혼했다. 아들의 양육은 A씨가 도맡았다.
이후 A씨는 아들이 성인이 된 지 23년이 지난 2016년 자신이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 썼던 양육비를 분담하라는 심판을 청구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가 만 19세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급해야 하고,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면 자녀가 성인이 된 후라도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진행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됐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당사자 간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봤다. 자녀가 성인이 됐더라도 사전에 양육비 지급을 협의한 적이 없으면 언제든지 법적으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당사자 간에 양육비 지급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어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과거 양육비로 6000만원을 인정했다.
반면 2심은 종전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양육비의 변동 가능성이 있어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볼 수 없지만, 성년이 되면 금액이 확정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권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 계산이 시작된다는 취지다.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으로 정해져 있다.
특히 대법원은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해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정희ㆍ김상환ㆍ노태악ㆍ오경미ㆍ신숙희 대법관 등 5명은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은 자녀가 성년이 됐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며 기존 판례가 옳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권영준 대법관의 경우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내놨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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