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유행 때 국민 기본권 제한 여부 판단기준 제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 예배를 금지한 정부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8일 광주 안디옥교회가 광주광역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합금지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재량권 일탈ㆍ남용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는 감염병의 특성과 확산 추이,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 여부, 예방 조치를 통해 제한 또는 금지되는 행위로 인한 감염병의 전파 가능성 등 객관적 사정을 기초로 예방 조치가 행정 목적을 달성할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인지, 합리적인 대안은 없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청이 해당 예방 조치를 선택함에 있어서 다양한 공익과 사익의 요소들을 고려했는지, 예방 조치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이에 따라 제한될 상대방의 권리나 이익이 정당하고 객관적으로 비교형량이 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광주시장은 2020년 8월 27일 코로나19 예방과 지역사회의 전파를 막기 위해 9월 10일까지 관내 교회 내 대면 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당시 광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45명에 이르렀는데, 이 가운데 54명이 26∼27일에 확진됐으며 30명은 특정교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온라인 예배만 실시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 최대 9명까지만 모일 수 있었지만, 교회는 8월 30일 총 세 차례에 걸쳐 각각 30∼40여명이 참석한 대면 예배를 진행했다.
이를 적발한 당국이 수사를 의뢰하자 교회는 처분 자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회는 대면 예배를 막는 집합금지 처분은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교분리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했을 때 평등원칙에 반하며, 일률적으로 대면 예배를 금지하는 것은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항변했다.
1ㆍ2심은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종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헌법상 원칙을 어겨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이러한 판시를 수긍해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비례의 원칙과 관련해 “당시 처분은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라며 “이보다 덜 침해적이지만 동일하게 효과적인 수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처분으로 인한 종교의 자유 제한 효과가 일시적이고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점, 빠르게 변화하는 팬데믹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제한되는 종교의 자유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도 판단했다.
대법원은 “종교시설을 비말 발생이 많거나 이용자의 체류시간이 비교적 길게 나타나는 특징을 가진 시설과 함께 분류한 것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확산 초기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는 점에서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10명은 이같은 다수 의견에 동의했다. 권영준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김선수ㆍ이동원ㆍ김상환 대법관은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인원제한, 거리두기 등 대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곧바로 예매를 전면으로 금지하는 사건 처분으로 나아간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식당이나 결혼식장 등에 대해 기존 조치는 유지하면서도 종교시설 전체에 대한 집합금지를 명한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시설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감염병 유행 국면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예방 조치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 전문적인 위험예측에 관한 재량권 일탈ㆍ남용 위법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판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연합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