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소득세법 규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나왔다.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사진: 대한경제 DB |
헌재는 A씨 등이 “옛 소득세법 제118조의2 4호와 자본시장법 제5조 2항 2호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개인 투자자인 A씨 등은 지난 2016년 주간에는 한국거래소(KRX)에서, 야간에는 유럽파생상품거래소(유렉스)에서 코스피(KOSPIㆍ종합주가지수) 200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했다. 국내 주식 시장 상위 20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지수를 만들고 상승ㆍ하락 여부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옵션ㆍ선물 상품 등에 투자한 것이다.
A씨 등은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손실을 본 반면, 유렉스 연계 선물거래에서는 수익을 냈다. 국내외 파생상품의 양도소득 금액을 합산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이 개정되기 전이었던 만큼, 과세 당국은 A씨 등의 해외 파생상품 수익에 대해 별도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이에 A씨 등은 “수익과 손실을 합산하면 납부할 세액이 없다”며 양도소득세 환급 경정청구를 했지만 관할 세무서가 거부하자 행정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해외 파생상품 시장의 범위를 ‘파생상품시장과 유사한 시장으로서 해외에 있는 시장’으로 규정한 자본시장법 조항 등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우선 옛 소득세법상 국외자산 양도소득 조항에 대해 “새로운 파생상품의 발생과 그에 대한 규율의 필요성 및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에 맞춰 탄력적ㆍ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세대상이 되는 파생상품의 범위를 하위법규에 위임할 필요성이 있다”며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특히 자본시장법상 해외 파생상품 조항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파생상품이 매매되는 시장’이라고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여기서 ‘해외’ 또는 ‘유사한 시장’이라는 용어 또한 일반인의 관점에서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세요건명확주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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