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서 열린 ‘HLI그린파워’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현대차그룹이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이르면 이달 중 회비를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회비 납부를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한경협에 회비를 내면서 회원 활동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을 쐈다. 현대차그룹은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절까지 포함해 회비를 정식 납부하기는 약 7년만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납부한 회비는 한경협이 올해 요청한 3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내 한경협 회원사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총 5곳이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4월 삼성ㆍSKㆍ현대차ㆍLG 등 4대 그룹에 35억원의 회비 납부를 요청했다.
SK그룹도 계열사별로 이사회 보고를 마친 뒤 이르면 이달 중으로 회비 납부를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종전 한경연 회원사는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4곳이다.
삼성은 이날 준감위 정례회의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 후 기자들에게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회비 납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준감위 위원들이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인력과 자산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문제를 지적했다는 의미다. 특히 회비 납부 여부에 앞서 회비가 어떻게 사용되느냐와 사용 후 감사의 방식이 더 중요한 만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삼성은 준감위가 지난해 8월 한경협 가입과 관련해 밝힌 권고안에 따라 회비 납부 시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경영진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등이다.
LG그룹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대 그룹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을 탈퇴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정경유착 가교 구실을 한 미르ㆍ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에 관여한데다 기업에서 강제로 모금한 돈을 이들 재단에 전달해 출연금을 납부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이후 전경련은 지난해 8월 한경협으로 이름을 변경해 재출범했고, 4대 그룹은 한경협 출범에 따라 재가입을 결정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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