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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에 기업분할ㆍ합병 공정가격 규정 없어 경직…건전한 감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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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22 16:32:41   폰트크기 변경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 개최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36차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지윤 기자 

[대한경제=이지윤 기자] “기업 합병·분할은 의사결정 구조와 주주간 이해관계를 변경해 빠르게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구조조정 방식이지만, 사실상 한 명의 동일인이 모든 계열회사의 의사결정을 하는 한국 기업 집단에서는 지배주주 지분율 상승·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22일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며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천 부회장은 “공정가격에 대한 규정이 없는 현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직전 한 달 시가 외에 다른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방식을 가지고 있어 자본시장 건전한 감시 시스템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같은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 합병이라 해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공정가치를 평가받고 명확히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7월11일 공시된 두산 3사의 분할, 합병 등 자본거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최악으로 이용한 사례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 근거로는 두산로보틱스의 과도한 고평가, 그룹 내 가장 우량한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실질적 지배력 3배 상승 등을 꼽았다.

앞서, 두산그룹은 오는 11월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흡수합병하겠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 530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 9조7000억원을 달성한 밥캣과는 183배 넘는 가치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두 회사의 주식 교환 비율을 두산밥캣 보통주 1주당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0.63주를 교환해 지급하겠다고 발표해 두산밥캣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천 부회장은 “현재 중장기적 시너지를 주장하는 지배주주 측과 시가와 기업가치의 극단적 불균형을 주장하는 일반주주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사회가 주주를 위한 최선의 이익을 검토할 것과 그룹 전체가 아닌 개별 회사의 이익을 상세히 검토할 것,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를 정정할 것, 주주총회에서 특별이해관계인 의결권을 자진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션 브라운  티톤 캐피털 이사도  “한국에서 합병비율의 기준으로 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따져봐도 로보틱스 시총은 7000억원,  밥캣은 15조이므로 비율을 메기면 4:96로 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번 두산 공시는 밥켓의 주식가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날강도 같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산은 한푼도 내지 않고 밥켓의 지분을 14%에서 42%까지 끌어올리게 된다”며 “이 결정의 최대 수혜자는 두산 재벌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이번 구조 개편으로 두산밥캣에 대한 그룹 보유 지분이 늘어나 부정적인 경영 개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두산밥캣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또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두산그룹사업 구조 개편 논란에 대해 “왜 이렇게 결정됐고, 이 과정에서 어떤 편법이 있었는지를 다 알지 못하지만 시장에 우려가 있으므로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im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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