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선거대책본부에서 발언에 앞서 남편 더그 엠호프와 키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후 하루 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굳혔다.
11월 대선을 3개월 여 앞두고 당내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해리스 대 트럼프’ 구도로 전환이 이뤄졌다는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AP통신의 집계를 인용해 해리스 부통령이 대의원 2214명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해리스는 다음 달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약속한 대의원 3949명 중 과반수의 지지가 필요했는데 이를 초과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데 필요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게 돼 자랑스럽다”면서 “곧 공식적으로 지명을 수락하기를 기대한다”며 조기 후보 확정을 자신했다.
이어 “몇 달 동안 저는 전국을 돌며 미국인들에게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우리 당을 통합하고 우리 나라를 통합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리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 사퇴를 두고 내홍이 격화되는 듯 했던 민주당내부와 지지층도 해리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하는 분위기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이날 SNS에 “거대한 자긍심과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낙관론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미국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고 지지 행렬에 동참했다.
진보 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펠로시 전 의장은 전날 바이든의 사퇴 결정에 대한 입장을 내면서도 해리스에 대한 지지 선언은 내놓지 않은 바 있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공동성명을 통해 “해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물들과 중진의원 다수도 일제히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또 해리스의 고향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포함한 여러 주 대표단이 이날 밤늦게 회동해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고 AP는 전했다.
CNN도 캘리포니아, 뉴욕, 루이지애나, 메릴랜드, 켄터키,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메인, 매사추세츠, 유타, 아이오와, 사우스다코타, 네바다 등 대표단이 모두 해리스를 지지했다고 했다.
아울러 ‘돈줄’이 끊겼던 민주당엔 바이든 사퇴 24시간 만에 8100만 달러(약 1124억원)의 후원금이 쇄도했다. 이는 2020년 이후 하루에 모금한 최고 액수이자, 트럼프가 유죄 평결 직후 모금했던 5300만 달러(약 735억원)를 넘어선다. 바이든이 지난해 재선 캠페인을 시작한 뒤 첫 1분기동안 확보한 후원금 7200만 달러(약 999억원)보다도 많다.
해리스의 급부상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결 구도도 박빙 흐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모닝컨설트가 바이든의 사퇴 당일인 21일부터 22일까지 유권자 4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45%의 지지를 받으며 47%를 기록한 트럼프를 오차범위 이내인 2%포인트(p) 차로 추격했다. 바이든 사퇴 직전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는 6%p였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이날 68개의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7.4%, 해리스 부통령은 45.4%로 2.7%P 차였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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