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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부 장관 “무분별한 단체교섭ㆍ쟁의행위로 산업현장 갈등ㆍ혼란 극심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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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23 15:43:20   폰트크기 변경      
지난 22일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에 유감 입장

[대한경제=이근우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ㆍ3조 )’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무분별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로 인해 산업현장은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 피해와 불편함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입니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장관(사진)은 전날 노란봉투법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지난 19일 열린 호우 대응 긴급 전국 기관장 산업안전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고용부 제공


이 장관은 “정부는 그동안 우리 노사관계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큰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며 “고용ㆍ노동 정책을 책임지고 노조법을 집행하는 장관으로서 법리상 문제, 현장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전체 국민과 근로자의 권익향상을 저해할 것이 예상되는 개정안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 때에도 야당 주도로 본회의까지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최종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노조법과 관련해 크게 3가지를 우려했다.

가장 먼저 “우리 헌법과 민법, 노사관계 법ㆍ제도 전반에 걸친 원칙들과 심각하게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근로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노조법은 헌법상 노동3권의 보호범위 내에서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해 민ㆍ형사상 책임을 면책하고 있다. 현행 노조법은 이러한 헌법의 취지에 따라 정당한 노조 활동은 보호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워 노동권과 재산권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의 경우 헌법상 기본권간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장관은 “불법적인 쟁의행위 등은 헌법의 보호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책임을 져야 하지만, 개정안은 불법행위자가 노조라는 이유로 특혜를 부여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어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조에 가입할 경우 노조 본질이 훼손돼 개인사업자간 담합도 단체교섭으로 포장되고, 사업자들의 집단행동도 노조법상 쟁의행위로 보호받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ㆍ구체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미치는 자로 확대하고 있어, 사용자는 누구와 교섭하고, 무엇을 교섭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예측가능성도 없으며, 무분별한 단체교섭 요구로 노사관계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교섭 요구 시마다 교섭 의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사용자가 달라질 수도 있어, 자신도 모르게 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둘째로 개정안은 특정 소수노조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으로써, 노동약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어렵게 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14년간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실태를 살펴보면 대다수 노조는 법을 잘 준수하고 있는데 반해, 법 개정 논란을 촉발시킨 손해배상 인용액의 대부분이 특정노조 소속 사업장에 집중돼 있고, 특히 대규모 사업장 9개소의 분쟁이 전체 손해배상액 인용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장관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특혜를 주는 것은 법을 준수하면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다수 노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민은 이번 개정안이 이러한 특정 노조의 불법행위에 특혜를 주는 것인지, 다수의 노동약자를 대변하는 것인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해 노사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고착화되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해고자 복직 등 이미 발생한 권리분쟁에 대해서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행정ㆍ사법적 절차가 정착되어 있음에도, 법이 개정되면 파업과 실력행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53년 법이 제정된 이후 노조법 개정은 노ㆍ사ㆍ정의 심도있는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이뤄져왔다. 노사관계의 주체인 노사 당사자 모두가 공감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산업현장에서 법의 수용성과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삶의 질과 기업의 경쟁력을 함께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일방의 입장만을 반영한 노조법 개정은 결국 국민불편과 국가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특정 소수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감면하고, 기득권을 강화하며, 노동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법을 준수하면서 노동기본권을 보호하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지향해 온 우리 사회의 노력이 일부 노조의 특권화와 파업의 일상화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 남은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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