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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불신 자초한 ‘검찰총장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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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24 21:29:2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뒤 벌어진 검찰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른바 ‘패싱’을 당한 이 총장이 사전 보고 없이 ‘특혜 조사’에 나선 경위에 대한 진상 파악을 지시하자, 중앙지검은 거세게 반발하면서 조사를 거부할 태세다. 중앙지검 수사팀에 파견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을 수사하던 부부장검사는 “사건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돼 화가 나고 회의감이 든다”며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중앙지검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더 많은 듯하다.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으니 이례적인 것은 맞지만, 가뜩이나 김 여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논란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검사들이 ‘출장 조사’에서 핸드폰까지 제출했다는 대목에서는 누가 조사 대상인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앞으로 다른 피의자가 ‘제3의 장소’나 ‘출장 조사’를 요구한다면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검찰총장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으니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중앙지검의 논리지만, 그야말로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전ㆍ현직 검사들은 최소한 사전에 귀띔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검장 출신의 A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총장을 완전히 ‘졸(卒)’로 본 것”이라며 검찰 조직의 위계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임기는 9월15일까지다.

특히 A변호사는 이번 검찰 내부 갈등을 이 총장과 이 지검장 간의 갈등이 아니라 ‘이 총장과 윤 대통령 간의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여름쯤부터 이미 이 총장과 윤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들려온 터라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검찰이 4년 넘게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뭉개는 동안 공정한 수사에 대한 신뢰가 이미 깨졌다는 점이다. 검찰은 그동안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땐 ‘총장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영부인’이라는 이유로 김 여사 사건 수사를 뭉갰다. 검찰은 조만간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지만,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긴 어려워 보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늦었다.” 개그맨 박명수씨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은 이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늦은 건 아닐까.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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