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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ㆍ위메프 미정산 쇼크… 줄도산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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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25 12:09:04   폰트크기 변경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 1층에 여행 상품 환불을 신청하려고 구매자들이 모여있다. 위메프는 구매 상품과 환불 계좌번호를 기입하면 현금으로 환불하겠다고 공지했다.  티몬은 아직까지 환불 관련 공지가 없다. /사진: 문수아기자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티몬ㆍ위메프 미정산 쇼크가 판매자와 관련 업체들의 줄도산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지 우려된다. 거래액 규모가 큰 여행ㆍ가전 상품은 대금 결제액도 큰데 이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는 여행 상품 환불을 요청하는 구매 고객들이 모여들었다. 일부는 전날 새벽부터 위메프 본사 1층에서 자리를 지켰고, 25일 오전 10시 30분까지 도착한 인원만 환불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내부에 들여보내 주면서 바깥에 대기 중인 고객들과 몸싸움도 빚어졌다. 내부에서 환불에 필요한 서류 작성을 안내하던 직원들도 10시 50분을 기점으로 모두 사라졌다. 이후에는 QR코드로 서류 접수를 안내하면서 불안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날 대전에서 SRT 첫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최 모씨는 “10월에 출발하는 프랑스, 포르투갈 여행 상품을 4가족이 같이 예약했고 금액만 2000만원이 넘는데 고객센터 연결도, 온라인 환불도, 카드 취소도 안 돼 올라왔다”면서 “서류를 작성하면 차례로 계좌 입금해준다고 하는데, 오전에 접수한 사람 중 아직 입금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품 환불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자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24일 새벽과 이 날 오전 고객들 앞에 나와 “환불하고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상 환불과 정산을 위한 자금 확보는 물론 시스템 운영도 불안한 상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380만원짜리 상품을 샀는데 환불 금액이 3번 입금됐다는 후기까지 올라온 상태다. 위메프는 일부 직원이 환불 등 고객 응대에 나섰지만 티몬은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상태다.

큐텐에서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대형 판매자들부터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여행업계는 여행업협회 주관으로 주요 여행사가 대책을 논의한 결과 각 사별 정산 기한을 통보하고, 이때까지 정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결제 대금을 정산받아야 항공사, 호텔, 레저 등 각종 대행업체와 이미 계약한 거래 잔금을 치르고 여행 상품을 운영할 수 있는데 현재는 불가한 상태다. 여행업계 미정산금만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환불 서류를 접수받던 일부 위메프 직원도 사라지고 QR 코드로 환불 서류 작성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문수아기자

규모가 작은 영세 여행사나 중소 판매자 등은 대금이 제때 정산되지 않으면 당장 사업 운영이 어려워진다. 이달 받지 못한 대금은 5월 판매분이고 6∼7월 판매대금 정산도 불확실해 중소 판매자의 자금난 위기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일부 상품 카테고리는 앞서 소규모 이커머스 플랫폼이 부도 후 잠적하면서 이미 판매 대금을 못 받은 상태라 업친데 덮친 격이 됐다.

중소 판매자가 연이어 도산하면 이들에게 선정산 대출을 시행했던 은행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7개 플랫폼 입점업체 정산대금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4년간 선정산 대출총액은 1조3000억원을 웃도는데 플랫폼 중 위메프가 두 번째로 많다.

상품권을 할인 금액에 산 후 액면 금액으로 쓸 수 있는 일명 ‘상테크’가 유행하면서 티몬과 위메프에서 할인 판매한 상품권 발행업체 A사도 부도설이 나돌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구입한 해당 상품권을 각종 플랫폼에서 현금으로 전환해 사용해야 하는데, 플랫폼들이 정산 불가능성이 커지자 사용을 막아둔 상태다. 사용할 수 없게 된 고객들이 A사 본사 앞에 모여 환불을 요청하고 나섰다. A사는 지급보증보험도 들지 않았다.

여행 상품이나 레저시설 입장권 등을 특가에 판매했던 티켓 판매 대행 B사 또한 티몬과 위메프에서 정산을 못 받은데다 사용자 취소가 이어지면서 부도설이 나오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주까지도 중소기업유통센터,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진행하는 소상공인 지원사업 참가자를 모집해 소규모, 지역업체 피해도 우려된다.

사태가 확산하는데도 이를 해결할 공식 조직이나 담당자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위메프는 별도 재무팀 없이 큐텐에서 관리해왔다. 티몬 또한 재무팀은 있지만, 미지급 현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 대표는 “큐텐 재무파트에서 일일 단위로 미정산 사태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싱가포르 소재 미상장사인 큐텐의 재무현황은 공개된 적 없다. 대금 지급, 환불에 필요한 자금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등 참석차 방문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급 간부 영상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ㆍ기관 공동으로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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