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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전력구 공사도 ‘유찰,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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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26 06:00:22   폰트크기 변경      

신강서-세산 3차 등에 이례적 무더기 예가 초과 투찰
게약조건 변함없이 재공고…유찰 반복 가능성 농후
TBM 설계-실행 단가 차이 커…“원가 내 수행 불가”


수도권 지하에 준공된 전력구 현장./ 사진:연합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공공공사에서 공사비 부족으로 유찰이 거듭되는 가운데 전기공사 최대 발주처인 한국전력의 전력구 공사에도 유찰이 발생했다. 이번 유찰의 원인 역시 공사비 부족이다. 전력구는 적기 건설이 안되면 전력망 구축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공사비 현실화를 통해 사업 지연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달 21일 종합심사낙찰제로 발주한 추정가격 658억6302만원의 ‘부산 강서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신강서-세산 3차)’를 개찰한 결과, 입찰에 참여한 17개사 가운데 16개사가 예정가격(772억2204만원ㆍ부가세 포함)을 넘겨 무더기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입찰에서 예가 초과 투찰은 종종 있지만, 이처럼 대다수가 초과 투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탈락사 중에는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시, 롯데건설 등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사들도 포함됐다. 그만큼 공사 실행률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유일하게 ‘생존한’ A사의 투찰률은 예가 대비 99.31%(717억2412만원). 통상 종심제 낙찰률이 예가 대비 80∼90%에서 형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 높은 수치다. 그러나 A사마저 추가적인 사업성 검토 끝에 저가 수주가 우려된다는 내부 판단 하에 낙찰자 결정 전 종합심사를 포기했고, 해당 공사는 결국 유찰됐다.

한전은 지난 23일 해당 공사를 재공고했다. 재공고입찰 마감은 오는 9월 2일로 예정되어 있으나, 업계에서는 유찰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공사비 등 계약조건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남는 게 없다'는 판단이다.일각에서는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도 외면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앞서 발주된 추정가격 324억7141만원의 ‘500㎸ 동해안변환소(#1) AC배후계통연결 전력구공사’는 이 같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지난 5월28일 최초 입찰에서 참여사 10개사 모두 예가(354억8172만원)를 초과해 투찰하면서 유찰됐다. 이후 계약조건 변동 없이 재공고한 뒤 지난 22일 PQ를 마감했는데, 3개사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공고 대비 참여사가 3분의 1로 준 셈인데, 낙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전력구 공사가 잇따라 유찰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사 수행에 필수적인 TBM(터널보링머신)의 설계단가와 실행단가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전의 설계단가에는 재사용을 고려해 감가상각비에 해당하는 장비손율 비용만 적용된 반면, 업계에서는 이 비용만으로 신규 장비를 도입하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전에서는 TBM은 2∼3차례 다시 사용하는 장비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공사 특성에 따라 다르다. 전체를 재사용할 수도, 엔진 등 일부 부품만 재사용할 수도, 아예 재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차라리 TBM을 한전에서 구매해주든지, TBM 설계단가를 높여주지 않으면 원가 내 공사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전력구 공사가 몰린 것도 유찰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만 해도 재공고를 포함해 약 8500억원 규모의 전력구 공사가 발주됐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T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단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전도 신도시 계획 등에 맞춰 발주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지만, 단가 괴리감은 상당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이미 재공고한 만큼 입찰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2차까지 상반기 단가로 공고된 만큼 유찰이 반복된다면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한 하반기 단가를 반영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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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부
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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