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는 토론 후 결의가 원칙… 서면 결의는 중대한 하자로 무효”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법률이나 정관에 별다른 근거가 없는데도 사단법인이 서면 결의로 총회 결의를 대신했다면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 등이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상대로 낸 임시대의원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협회는 제9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협회 정관에서 ‘회장의 연임은 1회에 한한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그 효력이 당시 임원부터 발생하도록 정관 변경에 나섰다. 이 안건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서면 결의 방식으로 재적 대의원 454명 중 449명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당시 8대 회장이었던 김광환 회장은 이미 7대 회장을 지내 재연임이 불가능했지만, 정관 변경에 따라 2021년 6월 열린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단독으로 입후보해 9대 회장으로 다시 뽑혔다. 이에 A씨 등은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총회 결의가 유효하다고 본 반면, 2심은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협회 정관에 근거 없이 서면 결의만으로 이뤄진 정관 변경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근거로 이뤄진 회장 선출 결의도 무효라는 이유였다.
대법원도 “민법상 사단법인에서 법률이나 정관에 정함이 없는데도 소집ㆍ개최 절차 없이 서면만으로 총회 결의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단법인의 총회 결의는 소집ㆍ개최 절차가 이뤄진 총회에 참석해 결의하는 게 원칙”이라며 “서면 결의는 총회에 참석해 목적 사항을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결의함으로써 사단법인 사무 운영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는 사원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 이사회는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서면 결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나, 그 무렵 상당 기간 다수가 참석하는 총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 정관 변경 결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음 달 29일 9대 회장 선거를 다시 치를 예정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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