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희 건설산업부 차장 |
지난 25일 대법원이 대우건설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확정해 대우건설은 앞으로 3개월간 공공공사 입찰 참여에 제한을 받게 됐다. 지난 2021년 ‘제65호선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 제3공구’의 대우건설 현장소장이 한국도로공사 사업단장과 공사팀장에게 골프 접대를 한 사실이 도로공사의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된 결과다. 현장소장은 당시 도로공사의 임직원 4명에게 두 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를 하며 공사 직원의 골프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들어간 비용은 모두 137만원. 같은 현장의 1공구에서는 한화가 도로공사 감독관에게 약 55만원 상당의 골프용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오는 9월 대법원 판결을 대기 중이다. 대우건설의 판례가 있으니 한화도 3개월간 입찰 참여 제한이 예상된다.
해당 사실이 본지를 통해 보도되자 주변 건설업계 지인들이 말했다. “130만원밖에 안 되는데 이걸로 3개월간 입찰 제한은 가혹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액보다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뇌물을 준 사람이 받은 사람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골프 접대를 받은 도로공사 직원들은 70만∼18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후 징계가 종료됐다. 이후 이들의 행방을 취재해보니, 인사 조치가 이뤄져 모두 지역본부로 발령이 났다. 한때는 공사 내부에서 잘 나갔던 인물들인데, 하루아침에 신세가 뒤집혔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공사에 재직 중이다. 승진 가도에 다소 문제가 생겼을 수는 있지만, 대우건설이 받은 처벌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대우건설은 왜 골프 접대를 해야 했을까. 2016년에 착공한 이 현장은 골프 접대 당시 이미 공사 막바지에 달한 시점이었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골프 접대가 공정한 공사 수행에 영향을 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해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우건설이 비용을 지출해야 했던 것은 준공 승인 때문일 것이다. 발주처의 준공 승인이 순조롭게 나와야 잔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발주처는 예산 집행이 어려울 때 준공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켜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기도 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잔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하도급 및 자재 대금을 모두 지급해야 하니 피곤한 상황에 처하는 셈이다.
뇌물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하물며 마진도 남지 않는 공공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예상 외 지출이 반가울 리 없다. 그럼에도 해야만 했던 대우건설의 입장을 헤아려 보면, 한국에서 건설업 하기가 참 고단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