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1일 두 번 유찰됐던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3차 입찰공고를 냈다. 공고에서 정부는 ‘10대 건설사 중 2개사까지 컨소시엄 구성 허용’이라는 기존 조건을 ‘3개사 허용’으로 완화했다. 공사 기간도 착공 후 6년에서 7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3차 입찰에서도 업체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사 난도가 높은데 반해 공시기간이 여전히 짧아 리스크 우려가 높다는 것이 이유다. 2029년 개항 목표를 위해 공사 일정과 공법 등이 무리하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3차 유찰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2029년 개항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 개항에 필수적인 시설을 우선 시공하고, 서측 부지 및 전체 공사는 개항 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가덕도 신공항은 당초 2035년 6월 개항이 목표였지만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토부는 작년 3월에 개항을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공기 촉박 문제가 대두됐지만 엑스포 유치라는 대의에 묻혔다. 하지만 공항을 서둘러 지으려던 전제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정부는 무리하게 ‘반쪽 개항’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는 신공항 필요성과 빠른 개항을 요구하는 부산시민의 바람을 모르지 않는다. 이미 포화에 이른 김해공항 상태와 원거리인 인천공항 이용의 불편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감안하면 하루빨리 서둘러야 하는 게 부산권 신공항이다. 그렇더라도 안전이 최우선돼야 할 공항 건설을 검증 단계에 있는 신공법까지 적용해 가며 졸속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부산시민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건설사가 요구하는 공사기간부터 현실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 공기에 맞춰 개항 일정도 조정하는 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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