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스틸아트 작품 |
△오감철철 스틸아트 천국, ‘포항시립미술관’
포항은 예술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그 속에는 이 도시의 상징인 ‘철’이 있다. 곳곳에 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수두룩하고 스틸아트페스티벌이 해마다 열린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스틸아트 미술관도 있다.
영일만과 포항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환호공원에는 포항의 명소인 스페이스워크를 비롯해 물의 공원, 전통놀이공원, 어린이공원 등이 조성돼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다.
2009년 개관한 포항시립미술관은 경북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다.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을 목표로 개관했다. 바다를 닮은 푸른빛의 외관에서는 시원함이 느껴지고, 콘크리트와 목재가 어우러진 내부 인테리어와 통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예사롭지 않다.
1층 제1전시실에서는 스틸을 테마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스틸아트라고 하면 조각상을 떠올리지만, 이제는 융복합 예술작품으로 진화했다. 딱딱하다고만 생각했던 강철은 부드럽게 휘어지고, 차갑게만 느꼈던 스틸이 빛을 더해 따뜻하게 다가온다. 춤추듯 자유로운 조각과 화려한 색상을 입은 조각들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든다.
장두건 미술상 수상작 |
2층 전시실에는 장두건 미술상 수상 작가의 전시가 기다린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지역 차세대 미술가들을 등용하고 포항 미술문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해마다 장두건미술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폰을 끼고 푹신한 방석에 앉으면 영상이 시작된다.
초헌 장두건 화백은 한국 구상회화 영역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고, 포항 미술문화에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 ‘장두건관’으로 들어서면 푸른 벽이 그의 그림을 한층 돋보이게 해준다. 장두건 화풍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색채다. 화사하고 따뜻한 색감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동양화의 부감법 같은 화풍도 독특하다.
스틸아트의 백미는 스페이스워크다. 야외 조각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발길은 포항의 명물로 떠오른 스페이스워크로 이어진다. 거대한 철제 작품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처럼 아찔하다.
스페이스워크 |
글ㆍ사진=유은영 여행작가
△세계 유일 석조유물 전시관 ‘우리옛돌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은 세계 유일의 석조유물 전문 박물관이다. 2000년 경기도 용인에서 세중옛돌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개관했으나 석조유물을 비롯해 자수, 근현대 미술작품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을 더 많은 대중에게 소개하고자 2015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으로 자리로 옮겨 재개관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2㎞ 거리에 있는데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해 성북02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 버스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북악산 부근에 있어서 서울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층석탑과 무인석 |
우리옛돌박물관은 전체 부지 1만4000㎡의 너른 공간에 석조유물 12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2001년 일본에서 환수한 석조유물을 시작으로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벅수(장승), 석탑, 부도(부처의 사리를 안치한 탑), 석호(왕릉이나 큰 무덤 주위에 돌로 만들어 세운 호랑이), 불상, 망주석(무덤 앞의 양쪽에 세우는 한 쌍의 돌기둥), 돌하르방, 제주동자석, 제주정낭(집 입구의 양쪽에 구멍을 뚫은 돌이나 나무를 세우고 나무를 가로로 걸쳐 놓은 것) 등 다양한 석조유물을 주제에 따라 전시하고 있다.
석조유물을 단순히 고찰의 장식 정도로 여기던 시각에서 벗어나 유물 안에 담긴 선인들의 철학과 지혜를 발견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야외전시장을 걷노라면 오랜 세월 우리 땅에 존재했던 돌의 이야기, 그 안에 깃든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제주동자석 |
규방 문화의 결정체인 전통 자수작품과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작가의 회화작품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글ㆍ사진=장보영 여행작가
△산과 사람의 이야기 ‘국립산악박물관’
강원도 속초 국립산악박물관은 산림청이 설립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산악 전문 박물관이다. 등반의 역사와 문화, 사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국립산악박물관 전경 |
맨 꼭대기인 4층에서 시작해 1층으로 내려가면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4층에 오르면 야외 하늘정원이 펼쳐진다. 정면으로 보이는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과 설악산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망원경이 있다. 왼쪽으로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이, 오른쪽은 미시령과 신선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3층에서는 등반 역사에 관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등반사에서 획기적인 장비로 인정받는 아이젠의 변천사,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고상돈 대원 관련 전시물 등이다. 산악인물실에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름을 알린 산악인에 관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산악박물관 전시실 모습 |
2층은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가장 흥미를 끄는 곳은 고산 체험실이다. 해발 3000m와 5000m의 온도와 산소량을 구현했다. 다만, 자칫 위험할 수도 있어 기압은 구현하지 않았다고 한다. 3000m는 그리스 올림푸스산(2917m), 5000m는 유럽의 몽블랑산(4805m)이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의 마웬지봉(5419m)과 비슷한 환경이다.
산악자율체험실에서는 클라이밍 경기 중 하나인 볼더링을 체험할 수 있다. 암벽에서 수직이 아닌 옆으로 이동하는 종목이다. 4개의 난이도로 이루어진 구간마다 번호와 이동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표기돼 있어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해 즐길 수 있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올해 준비된 네 개의 작은 전시회 중 세번째 ‘대표유물 10선 전’이 한창이다. 국립산악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적인 유물 10점이 전시돼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신경준이 쓴 도표인 <산경표>와 조선 전기 문인 양사언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펴낸 <봉래시집>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글ㆍ사진=오원호 여행작가
△철수야, 바둑아 놀자! ‘미래엔교과서박물관’
교과서의 어제와 오늘 전시 |
미래엔교과서박물관은 교과서 변천사를 통해 우리 교육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교과서박물관이다. 세종시 미래엔 회사 내부에 있다. 정문을 통과하면 잘 관리된 푸른 잔디밭과 울창한 가로수가 맞이한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교과서를 인쇄했던 자동 활판 인쇄기가 있다.
내부는 4개의 관으로 구성됐다.
먼저 교과서전시관은 한글관, 교과서의 어제와 내일, 추억의 교실, 교과서 제작과정 등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상설 전시한다. ‘동몽선습’, ‘소학언해’ 등 옛날 서당에서 배우던 교과서에서 출발해 일제강점기의 ‘국민예법’, 미군정기의 ‘농사짓기’, 1950년대 ‘전시생활’이 눈에 띈다.
‘월인천강지곡(국보)’ 영인본과 일제에서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1월 조선어학회에서 편찬한 한글 입문 교본인‘한글 첫걸음’도 귀중한 자료다.
세계 각국의 교과서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닌데 크기와 종이의 질은 다르지만, 기초 과목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보인다.
교과서박물관에서는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밤새 외우고 되뇌던 시 한 편, 읊조렸던 단어, 익숙한 삽화를 만나게 된다. 국내 최초 초등 국어 교과서의 표지 캐릭터인 ‘바둑이와 철수’도 있다. 1948년 철수와 영이(영희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1963년 이후 인수와 순이, 기영이가 등장했다.
교복 변천사 |
1960년대 교실 풍경을 재현한 ‘추억의 교실’과 교복 변천사도 전시하고 있다. 짝꿍과 선 그어서 넘어오지 말라던 그 시절, 선생님 몰래 양은 도시락을 까먹던 기억까지 소품 하나에 추억 한 보따리다.
1층 교과서 전시실을 지나 복도를 따라가면 인쇄 기계 전시실이 나온다. 근대 인쇄 기계의 발달사를 한눈에 확인할 장소다. 자모 조각기부터, 활판 인쇄기, 활판 교정기 등 1950년부터 1980년까지 실제 교과서 인쇄에 사용된 기계 30여 종을 만날 수 있다.
글ㆍ사진=길지혜 여행작가
정리=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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