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패소→ 2심 원고 일부 승소… 대법, 상고 기각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학이나 미술 작품을 인용해 출제한 각종 시험문제를 교육 등 공익적인 차원에서 홈페이지에 공개하더라도 적절한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평가원은 협회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해 고입선발고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중등교사임용시험, 검정고시, 수능모의평가 등의 문제지에 문학이나 미술 작품 등을 인용하고 이를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든지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협회는 “각 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복사ㆍ전송권을 신탁받았는데, 평가원이 이를 공중송신하는 바람에 저작권자의 전송권이 침해됐다”며 17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반면 평가원 측은 “저작권법상 공표된 저작물의 정당한 인용행위 등에 해당하므로, 저작재산권 제한규정에 따라 허용돼 적법하다”고 맞섰다. 저작권법 제32조는 입학시험 등 학식ㆍ기능에 관한 시험이나 검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목적을 위해 정당한 범위에서 공표된 저작물을 복제ㆍ배포하거나 공중송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평가 문제를 공개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며 평가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저작물의 사회적ㆍ교육적 의미를 고려하면 시험이나 교육을 위한 인용이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도 봤다.
반면 2심은 “시험문제에 저작물을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시험의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 한정돼야 하고, 시험 목적 달성에 절차상 필요한 과정이 종료된 후까지 저작물의 자유이용이 허용될 수는 없다”며 협회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저작물을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따라 인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시장에서의 통상적 이용 방법과 달리 원고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저작물을 평가 문제에 포함, 전송해 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평가원이 게시 기간이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공공기관인 만큼 알맞은 사용료를 지급하고 시험문제를 게시함으로써 학습자료 제공이라는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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