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 임의경매 신청은 11년만에 최대
[대한경제=김국진 기자]부동산 경매시장도 양극화되는 흐름이다.
서울의 경매 아파트 5건 중 1건꼴로 낙찰가율이 감정평가액을 웃돈 반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에 넘어간 부동산 신청건수는 2013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로 불어났다.
4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낙찰된 서울 아파트 129가구 중 27가구(20.9%)의 낙찰가율이 감정가 대비 100%를 넘었다.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 평균도 93.7%에 달해 2022년 8월(93.7%) 이후 가장 높았다. 용산 산호아파트 전용면적 41㎡가 11억5237만원에 낙찰, 감정가(8억3800만원)보다 3억1000만원가량 높은 낙찰가율 137.5%에 팔렸다. 같은 달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59㎡도 감정가(17억6000만원)보다 4억7000만원가량 높은 22억3388만원에 낙찰(낙찰가율 126.9%)됐다.
낙찰가율이 100% 넘는 아파트가 늘어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란 의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2021년 무렵 매매시장에 매물이 줄면서 호가가 오르자, 경매시장에서 신고가가 속출한 적이 있는데 요즘 분위기가 그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매에 넘어오는 물량만 놓고 보면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4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건수는 총 1만3631건(8월3일 기준)으로 전달(1만983건)보다 24.1%, 작년 같은 달(9328건)보다 46.1% 늘었다. 이는 2013년 7월(1만4078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주거용 건축물이 주류인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집합상가 등)의 임의경매 증가세가 가파르다. 7월 총 5484건으로 작년 7월(3547건)보다 54.6% 늘었고 이는 2010년 11월(5717건) 이후 13년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신청 건수다.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이를 갚지 못해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임의경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다. 부동산 호황기 담보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소위 ‘영끌족’들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여파에 더해 전세금 반환에 실패한 임대인의 물건이 경매에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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