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4일 경남 거제 전통시장인 고현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부터 여름휴가를 떠났다. 대통령의 휴가도 여느 직장인처럼 재충전의 시간이지만, 국정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를 국정 현안과 개각 등 조직 개편을 구상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대통령들의 휴가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호상 이유로 장소가 한정돼 있고, 공개되는 모습도 제한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휴양지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거제 저도에 있는 ‘청해대(靑海臺)’다. 6ㆍ25전쟁 당시 연합군의 탄약고로 쓰이다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휴양지로 처음 사용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2년 ‘청해대’로 공식 명명됐다. 이름 그대로 ‘바다 위의 청와대’라는 뜻이다.
일반인들에게 유명해진 계기는 박 전 대통령의 장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름 휴가였다. 그는 2013년 SNS에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추억의 저도”, “35년 전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는 글을 남겼다.
대통령의 휴양지는 그전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개 게시글을 통해 청해대의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청해대를 찾았으며, 올해도 지역 민생현장ㆍ군부대 등 방문 후 이곳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충북 청주에 위치한 ‘청남대(靑南臺ㆍ남쪽의 청와대)’와 군 소재 휴양지 등에도 머물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즐겨찾은 청남대는 대통령 별장으로 쓰이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반에 개방했다.
2013년 8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찾은 경남 거제 저도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귀를 새기고 있다. [박근혜 SNS 캡처] |
국정 총책임자인 대통령의 휴가는 자유롭지 못했다. 천재지변, 재난, 경제 및 외교 이슈 등에 의해 취소되거나 단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탄핵 사태와 2006년 대규모 수해,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로 휴가를 취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7월 중부지방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자 휴가를 나흘 늦췄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대응을 위해 휴가를 반납했다.
가장 ‘휴가 운’이 없었던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휴가를 하루 늦춰 떠난 데 이어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2020년 집중호우 피해 대응 △2021년 코로나19 등으로 휴가를 취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휴가를 시작하며 돌아오는 날을 정하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휴가 때도 닷새간 서초동 사저에 머무르며 국정 현안들을 챙겼으며, 지난해에는 폭우 피해 수습과 준비 미흡 논란이 일었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상황 대응을 지휘한 바 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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