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시황판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 경기 침체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여파가 미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바이든 정부의 ‘책임론’을 꺼내들며 파상 공세에 나설 태세다.
경제 사안은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동시에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실패를 부각할 수 있는 최상의 이슈로 여겨지는 탓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증시가 개장과 동시에 급락한 5일(현지시간) SNS에서 “증시가 무너지고 있고, 고용 지표는 끔찍하며, 세계가 3차 대전으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는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 두 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유권자들은 선택할 수 있다”며 “트럼프가 이룩할 번영(Cash)이냐 카멀라가 몰고 올 붕괴(Crash)와 대공황이냐”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지금, 이 순간은 세계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공했던 4년간의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주요 매체들도 미국과 글로벌 경제 상황이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유권자들 사이에 미국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권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가 생겼다”며 “문제는 해리스가 유권자들과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미국 유권자들은 그간 여론조사에서 경제와 물가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지속해서 지목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나 긍정적인 경제 지표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선거를 앞두고 일부 유권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경제 여건 또한 대내외 정치 상황 등과 맞물려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돌발 변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NYT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물가가 드디어 잡혔고 소비자의 경제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도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경제고문 출신인 제이슨 퍼먼은 “앞으로 선거까진 3개월분의 경제 데이터가 남아 있다”며 “경제는 변수가 많아서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주가지수가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미국 증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상승 기류를 탔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백악관 자리를 내준 바 있다.
공화당 여론조사원인 프랭크 런츠는 엑스에서 “주식 시장은 상관이 없다. 주가 상승이 트럼프를 돕지 못한 것처럼 하락할 때도 해리스에게 상처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