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이후 폭염이 계속되면서 5일 오후 한때 전력수요가 역대 여름철 최대치인 93.8GW를 기록했다. 당시 공급능력은 102.3GW, 예비력은 8.5GW로 나타나 공급예비율이 9%까지 떨어졌다. 전력수급 비상단계 기준인 5.5GW와는 3GW 격차가 있어 당국은 “전력 수급은 안정적”이라고 밝혔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전국 곳곳의 폭염특보로 전력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수시로 발생하는 원전 가동 중단과 국지성 호우에 따른 태양광 발전량 감소 등이 겹치면 언제든지 소진될 수 있는 여유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역대급 전력수요에도 ‘수급 위기’와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은 지난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2호기를 비롯해 전국의 원전 21기를 풀가동해 공급능력을 104GW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주효하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 6월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계획 실무안에서 2038년까지 1.4GW 대형원전 최대 3기, 0.7GW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등 원전 추가 건설 방침을 밝힌 것은 탈원전정책 폐기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는 또 다른 현안은 생산된 전력을 대도시 수요처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확충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막대한 전력수요가 예상되지만 지역주민들 반대와 지자체 비협조로 설비 구축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공기업 한전의 지자체 협조 유도와 지역주민 설득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갈등을 해소하고 전력망 사업을 추진토록 하는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으나 여야 정쟁으로 뒷전에 밀려 있다. 2029년 한빛원전부터 예상되는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 포화를 막고 원전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선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법안도 처리가 시급하다는 점에서 여야의 대승적 협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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