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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때문에 루나 못팔아 억대 손해… 法 “거래소에 배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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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07 10:18:33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한국산 가상자산인 루나(LUNC) 폭락 사태 직전 거래소 내부 사정으로 고객이 루나 코인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면 거래소 운영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 대한경제 DB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70부 박재민 판사는 개인투자자인 A씨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나무는 A씨에게 1억4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던 A씨는 2022년 3월24일 자신의 업비트 전자지갑에 있던 루나 코인 1310개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보냈다. 바이낸스에서 코인을 팔아 그 대금을 베트남 화폐로 받기 위해서였다.

통상 암호화폐를 송금하려면 1차 주소와 2차 주소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당시 A씨는 실수로 2차 주소를 입력하지 않았다. 이에 바이낸스는 다음날인 3월25일 A씨의 루나 코인을 돌려줬는데, A씨의 전자지갑이 아닌 업비트의 전자지갑으로 잘못 보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는 업비트에 즉시 이 같은 경위를 알리고 루나 코인 복구를 요청했지만, 업비트 측은 “암호화폐가 오입금된 것이 확인되나, ‘트래블룰’ 준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를 해주겠다”며 복구를 미뤘다. 트래블룰이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100만원이 넘는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가상자산 사업자 간에 송ㆍ수신인의 정보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후에도 A씨는 10차례 이상 업비트에 루나 코인 복구를 요청했다. 하지만 업비트가 차일피일 복구를 미루는 사이 2022년 5월 루나ㆍ테라 폭락 사태가 터졌고, 결국 루나가 상장 폐지되자 A씨는 “업비트의 잘못으로 루나 코인을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1억5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법원은 “민법상 채무자는 이행지체 중에 생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손해배상금은 2022년 3월25일 거래소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박 판사는 “피고는 원고의 지갑에 암호화폐를 복구해 출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채무를 부담했지만 이행을 지체했다”며 “폭락으로 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으로, 이는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전에도 2차 주소 오류로 암호화폐가 반환되는 오입금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피고는 복구를 위해 미리 직원을 배치하거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잘못된 주소를 입력해 생긴 오출금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다’는 두나무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 판사는 “약관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두나무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항소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해당 사건은 특정금융정보법상 트래블룰 시행 초기에 가이드라인 미비로 일회적으로 발생한 건으로 유사 사례가 재발할 일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이승윤ㆍ김관주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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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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