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대체제가 없는 항암제 등 고가의 의약품에 적용되는 위험분담 환급금은 실손의료보험에서 담보하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 같이 판단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0월 메리츠화재와 배우자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맺었다. 보험계약에는 질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본인부담금의 90%와 비급여부분 80%를 합친 금액을 보상하는 특약이 포함됐다.
이후 암에 걸린 B씨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위험분담제’에 따라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주를 전액 본인 부담으로 처방받은 뒤 제약회사로부터 약값의 일부인 약 1500만원을 환급받았다.
위험분담제는 효과가 불확실한 신약이나 희귀 의약품 등 고가의 의약품에 대해 제약회사가 비용의 일부를 분담하는 제도로, 의약품에 대한 선별 급여 원칙은 살리되 대체제가 없는 고가 항암제 등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는 위험분담 환급금을 본인부담금에 포함시켜 보험사가 36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보험사 측은 ‘환급금은 돌려받을 돈이므로 본인부담금이라고 볼 수 없다’며 2100여만원만 지급하면 된다고 맞섰다. 해당 보험계약 특약에는 ‘본인부담금은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준 반면, 2심은 “위험분담 환급금은 본인부담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보험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피보험자가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환급받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요양급여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중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부분만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되고,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하지 않는 부분은 지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특히 대법원은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해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보험사가 이 같은 사정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약관 내용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만큼 보험사 측의 명시ㆍ설명 의무 위반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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