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보다 한 기수 선배
요직 두루 거친 대표적 기획통
정권 가리지 않고 고루 등용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가 심우정(53ㆍ사법연수원 26기) 법무부 차관으로 최종 낙점됐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수사로 가뜩이나 정국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정부와의 소통’은 물론 ‘검찰 조직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후보군 중 가장 안정적인 카드를 선택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심우정 법무부 차관/ 사진: 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11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법무ㆍ검찰 행정 업무에 능한 이른바 ‘기획통’ 출신인 심 차관을 지명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다음달 15일 2년 임기를 마친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심 후보자는 법무부ㆍ검찰의 주요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검찰 구성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형사절차ㆍ검찰 제도에 대한 높은 식견과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향후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고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 국민 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심 후보자는 휘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0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ㆍ검찰과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등 법무부ㆍ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심 후보자가 2014년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근무할 때 직속상관인 검찰국장이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서울동부지검장, 인천지검장 등을 지냈다. 이후 지난해 9월 고검장으로 승진해 ‘검찰 2인자’로 꼽히는 대검 차장에 기용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법무부 차관을 맡아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전국 검찰청의 형사부 선임부서인 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자유선진당 대표와 제17ㆍ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장남이다.
앞서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심 후보자 이외에도 임관혁(58ㆍ26기) 서울고검장과 신자용(52ㆍ28기) 대검 차장검사, 이진동(56ㆍ28기) 대구고검장 등 이른바 ‘특수통’ 출신 3명을 함께 차기 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통상 검찰총장 인사는 제청권자인 법무부 장관과 임명권자인 대통령 간에 물밑 조율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검찰 조직을 가장 잘 아는 만큼 특수통 출신은 배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과거 역대 정부 집권 후반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특수통 출신 검찰총장들이 ‘살아있는 권력’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2019년 당시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특수통 출신인 이원석 검찰총장과도 김 여사를 겨냥한 수사 문제로 최근 ‘황제 조사’에 ‘총장 패싱’ 논란까지 갈등을 빚은 점을 감안하면 심 후보자 기용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고검장 출신인 A변호사는 “검찰 안팎의 어수선한 상황을 감안할 때 후보군 중 가장 무난한 인물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사법연수원 27기인 이 총장보다 1기수 선배인 심 후보자 기용에 따라 일선 고검장ㆍ지검장들의 ‘줄사표’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는 후배 기수가 총장에 오르면 선배 기수인 고검장ㆍ지검장들이 물러나는 이른바 ‘용퇴’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맡는다.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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